'비서에 개 산책 심부름' 의혹 폼페이오 두둔하다 김정은·시진핑 거론
"폼페이오가 개 산책이나 설거지하기보다는 세계 정상들과 통화하길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이재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서관에게 개 산책 등을 시키는 '갑질'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만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 중이었다면 개 산책은 부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폼페이오 장관을 두둔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정무직 비서관에게 개 산책이나 세탁 맡긴 옷 찾아오기, 부부 저녁식사 예약 등 심부름 수준의 사적 업무를 지시하고, 이를 조사하던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의 '보복성' 경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해 5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에 정밀유도무기와 폭탄, 탄약 등 7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면서 "비상상황"이라며 의회의 승인 과정을 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조사를 피하기 위해 이러한 (경질) 요청을 했다고 우려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면서도 "그가 정부 인사 누군가에게 개 산책을 시켰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는다는 의미라면, 그것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을 "매우 수준 높고 명석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그가 웨스트포인트(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사실을 거론한 뒤 "나는 그가 아내나 아이들이 없다는 이유로 개 산책이나 설거지를 하기보다는 세계 정상들과 통화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을 가리켜 "세계가 일찍이 못 본 무기를 가진 중대한 나라들과 전쟁과 평화를 두고 협상하게 돼 있는 사람"이라면서 "민주당 인사와 가짜 뉴스 미디어들은 이런 사람(폼페이오 장관)의 개를 산책시킨 사람이 누구인지에 흥미를 두고 있다"며 민주당과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거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쟁과 평화를 두고 협상하는' 대상으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을 예로 든 것이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바빴을 수 있다"면서 "김정은과 핵무기에 대해 협상하느라 비밀경호국(SS) 직원 등에게 '김정은과 얘기 중이니 개 좀 산책시켜줄 수 있느냐'고 말했거나 '시 주석과 중국이 세계와 우리에게 끼친 손해를 보상하는 문제를 두고 대화 중이니 개 산책을 부탁한다'고 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 나라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면서 "우선순위가 엄망진창이다"고 덧붙였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사적 업무를 시켰다는 의혹으로 조사받는 데 대해 취재진에 "끔찍하다"라거나 "그게 전 세계에 얼마나 어리석게 들릴지 알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을 두둔하느라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을 언급한 것을 두고 "외교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아니며 북한과는 수개월간 실무차원의 협의도 중단된 상태라고 CNN은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리닉 감찰관의 해임을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를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나는 이 신사(리닉 감찰관)를 모른다"며 "나는 그것(경질)을 해서 기뻤다. 마이크는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감찰관들에게 매우 부당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하며 (폼페이오 장관도) 부당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 "(리닉) 감찰관은 논란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인사들에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감찰관들을 제거하길 원한다면 그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닉 감찰관도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됐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가 임명한 전 부처 감찰관들이 대체로 교체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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