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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씨 “한국인은 한국법으로 처벌돼야…미국 송환은 사법주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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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공유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모씨(24)가 미국 강제 송환 여부가 결정되는 재판에서 “한국 사법주권에 따라 한국에서 처벌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손씨를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는데도 미국에서 처벌하는 것은 사법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앞서 손씨 아버지는 아들의 강제 송환을 막기 위해 손씨를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9일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 심리로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 기일이 열렸다. 손씨는 2018년 8월 미국 연방 대배심에서 아동 성착취물 배포 등 9개 혐의로 기소됐고, 미국 법무부의 요구에 따라 검찰이 범죄인 인도 심사를 청구했다. 손씨는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범죄 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 심사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이 밝힌 범죄사실에 따르면,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W2V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하고 수억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받았다. 손씨는 이 비트코인을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부친 명의 계좌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손씨는 아동 성착취물 배포 혐의에 대해서는 한국 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을 확정받고 지난달 27일 복역을 마친 상태다.

이날 손씨의 변호인은 손씨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손씨 아버지가 아들을 고발한 상황인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한국 사법주권에 따라 죄가 되면 한국에서 처벌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손씨 아버지가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므로 일단 손씨의 유무죄를 한국에서 가려야 한다는 논리다.

변호인은 “우리나라에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미국에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저지른 범죄인 만큼 손씨를 미국에 보내는 건 속인주의, 속지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씨 측은 미국 법원에서는 한국보다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으므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폈다. 변호인은 “우리나라는 5년 이하 징역을 받는데 미국에서는 20년 이하 징역을 받는다”며 “예상할 수 있는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형평에 반한다”고 했다.

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인도 범죄에 관해 한국 법원에서 재판 중이거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가 된다. 인도 범죄 외의 범죄로 재판 중이면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가 된다. 검찰은 “현재 수사중이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돼 수사를 할지 검토 중”이라며 “이 사건이 기소되지 않는 한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손씨의 범죄 수익 은닉 혐의가 무죄라고도 주장했다. 검찰이 손씨의 아동 성착취물 배포 혐의를 수사할 당시 범죄 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은 “검찰은 이 부분을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별도 기소하지 않았다”며 “기소하지 않았던 부분은 범행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범죄 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미국에서는 수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W2V에 비트코인을 송금하고 IP 주소를 추적하는 수사를 계속 진행했다”며 “미국 같은 추적 방법으로 수사하지 않으면 밝혀내기가 어려워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소되지 않았고, 재판 받은 사항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등 추적이 불가능한 방법을 이용한 건 은닉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강영수 재판장은 “해당 범죄는 해당 법원의 법정에서 다툴 문제”라며 양측의 변론을 제지했다. 법원은 범죄인 인도 심사에서 범죄인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인도의 정당성 여부만 판단한다.

손씨 측은 범죄 수익 은닉 혐의가 아닌 아동 성착취물 배포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없으므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손씨가 아동 성착취물 배포 혐의로 처벌 받았으므로 이중 처벌 금지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취지다. 범죄인 인도법 10조는 ‘인도된 범죄인이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청구국의 보증이 없는 경우 범죄인을 인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검찰은 “보증서를 꼭 제출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서 인도 범죄가 아닌 범죄에 대한 처벌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므로 보증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죄 수익 은닉 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가능한지, 왜 검찰이 범죄 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 기소하지 않았는지, 손씨 아버지가 고발한 혐의에 대해 기소할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소명자료를 내라고 주문했다.

이날 손씨는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손씨 아버지는 방청석에 앉아 심문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심문기일에서는 손씨를 소환해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날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향신문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모씨의 아버지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심문기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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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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