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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美송환 막으려 손정우 고발한 부친 "죽이려면 그냥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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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심문기일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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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24·구속)씨의 아버지 손모씨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죽을 죄를 저질렀다. 두둔하지 않는다"며 체념하듯 말했다. 손정우는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웹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였다. 지난달 27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통한 혐의로 받은 형기 1년 6월을 모두 채웠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따라 다시 구속돼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범죄인인도심사를 받는다.

미국 법무부는 한국 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손씨를 미국 법정에 세우려한다. 손씨의 범죄인 인도요청서에는 그가 운영한 아동 포르노 사이트의 피해자로 유아들도 있었던 것으로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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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이 열렸다. 중계 법정 안에서 취재진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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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고소한 아버지, "송환 저지 전략"



손씨의 미국 예상 형량은 성착취 혐의를 제외하더라도 10~20년 사이다. 손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미국에 보내지 않으려 손씨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위반했다고 직접 고소까지 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의 경우 범죄인 인도를 거절해야 하는 현행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씨의 아버지는 그러나 "그것 역시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그래도 애비라 할 수 있는 선에선 해보는 것"이라 말했다. 중앙일보는 18일 손씨의 아버지에게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손정우씨 아버지 일문일답 中

-손정우씨는 반성하고 있는가

=어차피 죽을죄를 졌는데, 반성하면 무엇하나. 그렇지 않나 .이젠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 아들은 죽을죄를 졌다. 두둔하지 않는다.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속이 탈 때로 탔다.

-아들의 범죄 사실을 안 뒤엔 어땠나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이런 시골 촌구석에 다크웹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일 일을 나가서 아들은 집에 혼자 있었다. 평생 일만 하는 애비처럼 살기 싫었던 것인지. 이런 범행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 정말 괘씸하다.

-검찰에 아들을 고발한 것을 보면, 아들을 아직 포기 못한 것 아닌가

=검찰에선 그 고소가 아들 인도를 저지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어떤 효력이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아들을 위해 다수의 변호인을 선임했다

=아들이니, 내가 애비니 희망을 놓치는 못하고 있다. 애미 없이 자란 아이니까. IMF때 이혼했지만 애미도 숨어서 통곡을 하고 있을 것이다. 구걸하듯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빌려 겨우 마련한 돈이다.

-아들이 죄송하다는 말은 했나

=사건 발생하고 지금까지 그런 말은 귀가 따갑게 들었다. 죗값을 받아야 한다면 받아야겠지. 남한테 피해를 주면 본인에게 돌아온다고 참 많이 말했는데, 그렇게 됐다.

-왜 아들이 미국에 인도되는 것을 반대하는가

=미국에 가는 순간 죽는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할지, 죽이려면 그냥 죽이지. 오래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 가족들이 정말 고통스럽다. 처벌도 한국에서 받겠다. 여죄가 있다면 이곳에서 다시 처벌받고 싶다.

손씨는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통한 혐의로 약 37만불(4억원)을 벌어들였다. 암호화폐 등으로 수익을 챙겼다. 미국 법무부는 이를 불법자금세탁의 일환으로 본다. 손씨의 범죄 수익은 국내 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환수됐지만 미국 처벌은 별개다.



美징역 10~20년 나올 가능성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손씨의 경우 징역 10년 이상이 나올 수 있는 범죄"라 말했다. 여기에 아동·성착취물 제작이란 죄질이 고려된다면 그 형량은 더 올라갈 수 있다. 그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에서 적발된 아동포르노는 8테라바이트에 달한다. 20만개가 넘는 아동포르노가 업로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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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2019년 10월 손정우씨를 기소하면서 낸 보도자료. [사진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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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미국 정부의 인도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현직 검사장은 "법령과 절차상 인도 청구가 거절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2004년 이래 한국 법원에서 자국민 범죄자 인도를 불허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치범이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대부분 허가해 줬다.

손씨의 인도심사심문은 19일 오전 10시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재판부는 한두 차례 손씨와 변호인의 입장을 들은 뒤 두 달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법원에선 방청객 등이 많을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두 곳의 법정을 빌려 재판을 중계한다. 이날 재판에 나갈 예정인 손씨의 아버지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을 버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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