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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가 18일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모(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기류가 본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윤 당선자 감싸기에 나섰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안성 쉼터’ 고가 매입과 경매 아파트 매입 자금 논란까지 새롭게 불거지자 이젠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조국 사태’ 때와 달리 민주당 권리당원들과 문파 등 친문(친문재인) 극렬 지지층 사이에서도 윤 당선자를 제명하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당 내 여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범 친문’으로 분류되는 박범계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전체적으로 당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워낙 여론 지형이 좋지 않아서 당에서 그냥 본인의 소명, 해명 그리고 검찰수사만을 기다리기에는 아마 어려운 상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5·18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찾은 이낙연 전 총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임미리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당 지도부를 향해 ‘반성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던 이 전 총리가 이 자리에서 “당과 깊이 상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당 공식 입장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박용진 의원과 김해영 최고위원 등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만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것과 비교하면 며칠 사이 확연히 달라진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계 문제까지는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수고,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쉼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원들 사이 ‘이건 아니지 않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했다.
14일 윤 당선자 지지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상희·홍익표·남인순 등 민주당 의원 14명은 “윤미향 논란은 친일·반평화 세력의 부당한 공세”라는 내용의 지지성명을 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A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성명서는 원론적인 얘기라 동의한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B 의원도 “따로 서명을 받은 것도 아니고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을 뿐인데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갔다”며 “윤 당선자와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고, 이번 논란과 별개로 지난 30년 간 이어져 온 위안부 피해 보상 운동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하자는 데에 동의한 것 뿐”이라고 했다.
윤미향 당선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당 내에 확산되자 강훈식 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제명 등) 다른 계획을 갖고 있거나 (윤 당선자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고 일단 선을 긋고 나섰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공식 조사를 하거나 본인으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윤 당선자 제명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당 지도부 사이에선 ‘핵심적인 한 방’이 아직 없다는 신중론이 좀 더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정숙 당선자에 이어 윤 당선자까지 ‘꼼수’로 급하게 만든 비례 위성정당 출신 의원 2명을 21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연이어 제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날도 “윤미향과 더불어 폭망할 거냐” “시간끌면 더 큰 화를 입는다” “양정숙, 윤미향 등 XXX만 모아 공천한 것 책임져라” 등 윤 당선자와 당 지도부를 향한 비난의 글이 수 백 건 가까이 올라왔다. 특히 문제의 ‘안성 쉼터’를 윤 당선자에게 소개한 민주당 이규민 당선자가 2018년 이재명 경기지사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점이 알려지면서 극렬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 당선자를 제명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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