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최정희씨가 5·18때 숨진 남편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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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은 최씨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전남 담양군 대덕면으로 이사한지 2년여 만에 5·18이 발생해 남편이 사망했다. 최씨의 짧은 편지에는 40년 전 아픔과, 남편의 진상규명을 위해 뛰어다닌 이유 등이 그대로 녹아있다. 편지 내용은 이렇다.
“보고 싶은 당신, 젊어서 삼남매 키우며 팍팍해서 살았어요. 맥없이 가버린 당신 원망도 했어요. 당신이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이 생생해요. 소 장사 하던 당신이 광주에 수금하러 간다기에 저녁밥 안쳐놓고 있었는데 그냥 갔지요. 밥이 다 식을 때까지 오지 않았어요. 열흘 만에 (광주)교도소에서 시신이 된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날부터 당신의 일을 알리려고 다녔어요. 그래야 아들·딸·손자들이 이런 일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지 않겠어요. 여보 다시 만나는 날, 날 모른다고 하지 말고 삼남매 잘 키웠다고 칭찬 한마디 해주세요. 보고 싶은 당신, 우리 만나는 날까지 부디 안녕히 계세요.”
고 임은택씨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을 당시인 1980년 5월21일 광주교도소에 주둔한 3공수 여단 부대 배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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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도소에는 1980년 5월21일 오후부터 24일까지 3공수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3공수는 계엄사령부가 ‘광주시 외곽 도로망을 완전히 차단하라’는 지시에 따라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주둔지를 옮겼다. 호남고속도로가 지나는 광주교도소 인근은 광주에서 전남 담양과 순천 방면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이었다.
광주교도소로 주둔지를 옮긴 3공수는 5월21일 오후 7시20분쯤 전남 담양으로 향하던 차량을 발견하고 총격을 퍼부었다. 광주에서 담양으로 향하던 주민 4명이 타고 있었다. 임씨 등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3공수가 숨진 시민들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 했는지는 당시 부대원의 양심선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5·18때 3공수 11대대 소속 일병이었던 이모씨는 1989년 1월 당시 평화민주당을 찾아가 “교도소에 직접 암매장했다”고 제보했다.
이씨는 “5월22일 새벽 4명이 죽어 있는 것을 부대 상관이 매장하라고 지시해 교도소 구내 관사 앞 소나무 숲에 묻었고 교도소 창고 앞마당 가마니에 방치 되었던 피 흘리는 시체도 같은 장소에 추가로 매장했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3공수가 시민들의 시신을 교도소 내 숲에 암매장 했다는 내용의 당시 3공수 장병의 신고 내용. |
검찰은 1995년 ‘5·18관련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광주교도소에서 3공수에 의해 12명이 사망했고 교도소 부근에 가매장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도소 내에서는 5월30일 광주시에 의해 묻혀있던 8구의 시신이 수습된 적이 있다.
하지만 3공수는 임씨의 죽음을 자신들과 관계없는 사건으로 기록했다. 3공수 전투상보에는 “고속도로를 차단하기 위해 차단지점에 도착하자 폭도가 기관총을 난사 주위에서 구경하던 민간이 2명이 사살당하고 2명이 부상”이라고 기록했다. 자신들의 민간인 학살을 시민군 탓으로 돌린 것이다.
5·18당시 고 임은택씨의 죽음을 ‘폭도들의 기관총 난사’ 로 기록한 3공수 여단의 전투상보. 검찰조사와 국방부 과거사위 조사 등에서 모두 사실이 아는 것으로 드러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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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보고서에서 “3공수여단이 경계했던 광주교도소 민간인 학살이 빈번하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불순분자들의 선동에 따른 폭도들의 습격을 격퇴한 것으로 설명됐다”고 발표했다.
손자와 함께 기념식에 참석한 최씨는 “5·18이후 진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부산 등 전국을 돌아다녔다. 40년이 흘러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진실은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 진실이 꼭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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