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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시제품, 15개나 깨며 ‘과격 테스트’… 알아서 ‘고성능 변속’, 초보도 서킷 무한질주 [벨로스터 N ‘DCT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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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시제품, 15개나 깨며 ‘과격 테스트’… 알아서 ‘고성능 변속’, 초보도 서킷 무한질주 [벨로스터 N ‘DCT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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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김동균·장영일 책임연구원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김동균(왼쪽)·장영일 책임연구원이 벨로스터 N DCT 모델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김동균(왼쪽)·장영일 책임연구원이 벨로스터 N DCT 모델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가 만든 고성능차 벨로스터 N은 별다른 튜닝 없이도 레이싱 트랙을 돌 수 있는 최초의 국산차다. 하지만 수동변속기 모델만 생산돼 레이서 등 일부 카마니아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이런 아쉬움이 최근 자동으로 변속되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 모델이 나오면서 사라졌다. 이 변속기는 동급 경쟁 모델보다 변속이 빠르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벨로스터 N용 8단 습식 DCT를 개발한 현대차 김동균·장영일 책임연구원을 만나 개발 뒷얘기와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들어봤다.

- DCT가 어떤 장치인지, 일반 자동변속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달라.

(김 책임) “운전자가 클러치 페달 조작을 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변속을 해준다는 점에서 DCT와 자동변속기는 동일하다. 그러나 구조와 변속 속도, 변속 느낌에 차이가 있다. DCT는 2개의 클러치를, 자동변속기는 토크 컨버터를 사용한다. 또 DCT가 대체로 변속이 빨리 되고, 엔진 출력이 전달되는 직결감도 운전자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말하자면 스포츠카에 좀 더 적합한 자동변속기가 DCT인 셈이다. 포르쉐가 DCT(포르쉐는 PDK라 부름)를 사용하는 대표적 스포츠카다.”

- 시승해봤는데, 벨로스터 N DCT 변속이 아주 빠르다고 느꼈다. 어떤 모델을 경쟁 상대로 삼았나.

(김 책임) “폭스바겐 골프 GTI, 르노 메간 등 동급 차량과 그 윗급인 포르쉐 카이맨, BMW M3, M4를 참고했다. 하지만 DCT 성능은 해외 동급 모델보다 높다고 자신한다. 포르쉐 PDK와 BMW M3, M4에 들어가는 DCT와 비교해도 변속이 느리지 않다.”


- 이 차를 타본 사람 대부분이 레이서가 숨어서 코스에 딱 맞는 변속을 해주는 것 같다며 신기해하더라. 어떻게 가능한가.

(장 책임) “N 트랙 센스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레이싱 트랙에서 차를 몰면 아무래도 일반도로보다는 가속과 감속이 빠르고, 코너링도 과격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움직임을 차량이 간파해 코너 앞에서는 재빨리 저단 기어를 넣어주고, 직선로가 나오면 고단으로 변속해준다. 운전자는 그저 앞만 보고 운전대를 돌리며 가·감속만 하면 된다.”

- 비슷한 장치가 달린 차가 있었나.


(장 책임) “쉐보레 카마로나 코벳에 유사한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벨로스터 N에 들어간 센서와 센서값들은 이전 차량보다 훨씬 스마트하다. 10여초 내에 드라이버의 운전 패턴으로 현재의 장소가 트랙인지 일반도로인지를 파악해 ‘맞춤형 기어 변속’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 개발 과정에 걸림돌도 있었을 텐데.

(김 책임) “대당 가격이 1억원에 이르는 시제품 DCT를 15개 정도 깨먹었다. 그만큼 과격하고 치열하게 테스트했다. 무엇보다 벨로스터 N 같은 고성능 모델은 판매 대수가 많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벨로스터 N에 들어간 고성능 DCT 개발 프로젝트도 두 번이나 백지화됐었다. 꺼진 불씨였지만, 최근 현대차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덕분에 살아났다. 조금은 수익성이 떨어져도 도전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는 해보자는 움직임이 그것인데, 고성능 습식 DCT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 그 말은 벨로스터 N DCT 모델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얘긴가.

(김 책임) “손해다, 이익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판매 가격과 원가 등을 따져 볼 때 이 차를 구입했다면 소비자들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가격에 비해 높은 가치를 가진 차라고 믿고 있다.”

- N 트랙 센스 외에 내세울 만한 기능 몇 가지만 더 설명해준다면.

(장 책임) “N 파워 시프트도 국내 차량 중에서는 벨로스터 N DCT만 갖고 있다. 수동변속기를 조작할 때 클러치를 빨리 붙이면 차가 앞쪽으로 울컥거리는데, 그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예컨대 2단에서 3단으로 변속할 때 이 기능이 작동하면 시트가 운전자의 등짝을 세차게 밀듯이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 포르쉐처럼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강하게 가속되는 기능도 있던데.

(김 책임) “운전대에 있는 ‘N 그린 시프트’ 버튼(NGS)을 누르면 20초간 엔진과 변속기 성능이 최대치로 올라간다. 포르쉐와 기능은 비슷하지만 개념은 조금 다르다. 오버부스터를 허용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포르쉐만큼 재미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 수동변속기 벨로스터 N보다 배기음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 책임) “벨로스터 N 수동변속기 차량은 약간은 ‘크레이지한’ 차다. 하지만 자동 변속되는 DCT 모델은 출퇴근용 ‘데일리카’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 마니아인 남편은 트랙에서 즐기고, 아내는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갈 때 사용할 수 있는 차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수동변속기 모델보다는 조금은 정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파바바박’ 하는 팝콘음(후연소음)은 줄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꽤 듣기 좋은 배기음이 나던데, 새로운 기능인가.

(김 책임) “뱅 사운드(Bang sound)일 것이다. DCT 모델에 새로 들어간 배기음 중 하나다. 스포츠 모드에서 제일 잘 들을 수 있는데, 고단으로 변속될 때 ‘부웅’ 하는 듣기 좋은 소리를 내준다.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높은 영역까지 끌어올려 시프트업해 보시길 권한다. 감칠맛 나는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벨로스터 N DCT 모델은 아무래도 과격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차인데, 변속기 등 주요 부품 내구성에는 문제가 없나.

(김 책임) “저를 포함한 많은 연구원들이 늘 레이싱하듯 이 차를 몰고 다녔다. 세계에서 가장 험하다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도 테스트를 했다. 내구성 걱정은 버리고 최대한 과격하게 몰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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