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신군부 명령 거부
감봉·견책 징계 받고 퇴직
“재량권 남용” 직권취소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정권에 부당한 징계를 받은 경찰관들이 40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경찰청은 신군부에서 감봉·견책 등 징계를 받은 퇴직 경찰관 21명의 징계처분을 직권취소했다고 17일 밝혔다. 40년 전의 징계처분은 경찰지방청 중앙징계위원회와 전남지방경찰청 보통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난 15일 취소됐다. 경찰은 “전례와 관련 판례, 사실관계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하자가 있는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의 문책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국보위는 당시 경찰공무원법상 제53조의 명령 위반·직무태만을 적용해 이들에게 견책에서 감봉 4개월까지의 징계를 내렸다. 21명 중 16명이 부당한 징계처분을 바로잡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조만간 깎였던 급여를 소급 정산해 생존한 5명과 유족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뒤늦게나마 징계가 취소된 데는 그간 쌓인 법원 판례가 영향을 줬다. 대법원은 1997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에 대한 최종심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광주시민의 시위를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행위’로, 계엄군의 시위 진압을 ‘국헌문란’으로 판시했다. 이후 법원은 광주시민들의 무기 탈취와 경찰서장의 경력 철수 지시를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신군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시민들과의 충돌을 피한 경찰 간부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이 이어져왔다. 경찰은 2017년 ‘시민을 향해서 총을 겨눌 수 없다’며 신군부의 지시를 거부한 당시 전남도경 치안 책임자 안병하 국장을 제1호 ‘경찰 영웅’으로 선정했다. 시위대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려다 형사처벌과 파면처분을 받은 이준규 전 목포서장도 2019년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파면처분이 취소됐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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