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과정은?
“서울 마땅한 곳 구매 어려워
공동모금회와 협의해 경기도로…
매각 통한 시세차익 고려 안해”
활용 안됐다는 지적?
“시민단체 등 이용…‘펜션’ 아니었다”
“믿고 맡길 이 없어 아버지에 부탁…
사익목적 아니었지만 변명 여지 없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시절인 지난 1월8일 낮에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1421차 수요시위 무대에서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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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17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한 경기도 안성 ‘치유와 평화가 만나는 집’(힐링센터)을 둘러싼 고가매입 의혹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힐링센터 부지를 위해 여러 곳을 알아봤지만 예산의 한계로 적절한 곳을 오랫동안 찾지 못하다가 해당 주택을 구매했다”며 “부동산 차익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 교육과 피해자 치유에 가장 좋은 장소를 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되돌아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사과를 하면서 “다만 지난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려 한 적은 없다는 진심 만큼에는 귀를 기울여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안성 힐링센터 구매 과정은?
=처음에는 서울 마포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근처에 힐링센터를 마련하려고 했다. 할머니들의 거처 역할 뿐 아니라 박물관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힐링센터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염두에 둔 주택도 있었다. 당시 여러 협의 끝에 현대중공업이 1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10억원으로 애초 염두에 둔 곳은 물론 서울에서 마땅한 곳을 구매하기 어려웠다. 건물을 구매해야 10억원이 지급되는 구조라 추가 모금으로 장소를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동모금회 쪽에 사정을 설명하니 담당자가 ‘공동모금회에서도 이렇게 큰 금액이 지정 기부된 적이 없으며,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땐 감사에서 지적될 수도 있어서 꼭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건물을 사야 사업비가 지급될 수 있다. 부지는 꼭 서울이 아니라 외곽이어도 무관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경기도 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업 추진 단계마다 현대중공업·공동모금회와 협의해 일을 진행했다.
-힐링센터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적당한 곳을 구하기 위해 경기도에 안 가 본 곳이 없다. 경기 이천, 안양, 수원, 강화까지 갔다. 괜찮은 곳은 대부분 10억원이 넘었다. 그래서 나와 당시 사정을 잘 알던 남편이 주변에 추천을 부탁하고 다니기도 했다. 이규민 안성신문 대표(더불어민주당 당선자)도 그중 하나였고 이 대표 소개로 김아무개씨를 만나서 주택을 구입하게 됐다. 김씨는 그날 처음 봤다. 실제 가 보니 주변이 산이고 조용하고 집도 좋았다. 김씨가 자신과 부모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집이라 벽돌과 벽지 등을 모두 좋은 재료로 튼튼하게 지어 건축비가 많이 들었다는 설명을 했고, 자재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사실이었다. 최초 그쪽에서 제시한 액수에서 더 깎아줄 수 있다고도 했다. 기존에 우리가 봤던 곳이나 사용 목적을 고려했을 때 비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 논란이 되듯 시세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는 있겠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계속 활용할 것이었기 때문에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을 고려하지 않았다. 힐링센터 목적에 적합하고 예산 내에서 집행이 가능하냐가 중요했다.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개소 이후 한동안은 할머니들과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할머니들과 청년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됐다. 그러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가 발표됐고, 여기에 반대하는 싸움을 계속 이어가야 했다. 힐링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활동가가 없었다. 그렇다고 비워둘 수만은 없으니 ‘수요시위’ 등에 연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논의가 됐다. 평화를 위한 연대 강화 목적으로 힐링센터를 유지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다. 다만 그 횟수가 많진 않았다. 펜션처럼 사용한 것은 아니다. 연대하는 시민단체 회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을 땐 허락하지 않았다.
-부친이 힐링센터를 관리하고 한 달에 120만원가량을 받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활동가들이 직접 관리할 수 없으니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 뾰족한 수가 없었는데 정대협 운영위원회에서 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는 당시 경기도 화성의 한 식품공장에서 공장장을 하고 있었다. 처음 부탁을 하니, ‘그럼 거기서 살아야 하는 거냐’고 물으면서 주저하더라. 그래서 ‘대안이 없다’고 말을 하니 ‘알겠다’고 하고 일을 맡으셨다. 처음엔 인건비가 120만원이었지만, 매각이 구체화한 2018년 이후부터는 관리비 50만원만 지급됐다.
-가족이 맡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건비를 제대로 책정해 정식 관리자를 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정이 뻔한 시민단체 형편에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곳에 인건비를 많이 쓸 순 없다고 생각했다. 월 120만원이었는데, 액수를 봐도 알겠지만 사익을 챙기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는 점만 부디 알아주면 좋겠다. 수원에서 일요일 출근해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열심히 일했고 지내는 환경도 열악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힐링센터 방 하나를 거주용으로 쓰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창고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서 머무시게 했다. 아버지에게는 못할 짓을 한 셈이다. 아버지는 힐링센터에서 일한 지 1년 만에 위암을 얻어 수술했다. 그 전해 건강검진에선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자식으로선 죄송한 마음이 컸지만, 따로 맡을 사람도 없어 그 뒤에도 계속 관리를 해왔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되돌아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희생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더 철저했어야 했다. 이렇게 큰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만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 한 적은 없었다는 진심 만큼에는 귀 기울여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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