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확인 안 하고 대화방 캡처도 안 돼…성매매 유인·음란톡 넘쳐
청소년 범죄 통로 지적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 지정 예정
채팅앱(랜덤채팅) |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전주 살해 사건과 성 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가해자들의 범죄 수법에 '랜덤 채팅앱'이 관련돼 있어 그 위험성이 또 한 번 부각되고 있다.
랜덤채팅앱은 신원 확인 절차 없는 채팅앱을 말한다.
이용자들이 성별이나 나이를 스스로 설정하고, 다른 이용자와 자유롭게 채팅을 할 수 있다. 성별을 속여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오프라인에서 만남은 이용자가 대화 과정에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나 전화번호를 밝히며 이뤄진다.
주고받는 대화는 캡처가 되지 않도록 한 랜덤 채팅앱도 많다.
문제는 이런 채팅앱이 각종 범죄의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이달 초 전모가 드러난 전주 살해 사건 용의자 최모(31)씨는 지인 외에도 부산에 거주하는 생면부지 여성을 살해했는데, 랜덤채팅을 통해 부산 여성을 전주까지 유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착취물 제작·유포가 드러나며 공분을 산 n번방 가해자들도 피해자들을 랜덤채팅을 통해 유인하기도 했다.
랜덤채팅 |
랜덤채팅을 통해 황당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남성 A씨는 자신을 여성으로 속이며 "당하고 싶다. 만나서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후 연락해온 남성 B씨에게 아무 원룸 주소를 알려 줬다.
이후 B씨는 해당 원룸을 찾아가 애먼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각종 음란톡과 사진이 넘쳐나고 성매매 중개가 판을 치는데, 청소년도 랜덤 채팅앱을 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어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7월에는 광주에서 20대 2명이 알고 지내던 미성년자 3명을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하도록 하다가 적발됐고, 미성년자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채팅앱에 접속하는 경우도 있다.
채팅앱에 접속해 여성이라고 표기만 하면 "용돈 준다"는 등 성매매 암시 글이 1분 만에도 수십통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랜덤 채팅앱이 3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80∼90%가량이 이용자 신원을 특정할 수 없거나 대화 저장 기능이 없고, 불법 행위가 있어도 신고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는 이들 앱에 청소년 접속이 차단되도록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하는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결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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