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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추모행사 허가 번복한 오세훈의 서울시 [오래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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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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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5월 15일자 경향신문에는 서울시가 5·18 민중항쟁 제30주년 기념행사를 두고 벌인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지적하는 사설이 실렸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5·18 추모행사 허가 번복’이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서울시가 서울광장에서 5·18 민중항쟁 제3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것을 허가한 뒤 개최를 며칠 앞두고 추모단 설치·운영은 불허키로 했다고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어 사설은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주최 측은 행사 진행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서울시는 5월 15~19일 사이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를 열도록 허가하고, 16~19일 4일 동안 상설무대에서 헌화·분향을 위한 추모단을 설치·운영하도록 허가했습니다. 예년에는 기념식 당일만 운영했던 추모단을 나흘 간 운영하기로 한 것은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돌연 태도를 바꿔서 추모 행사를 하루만 하도록 했고,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가 이에 반발하자 상설무대 사용 불허를 통보했습니다. “무대 설치 목적이 변질될 우려가 있고, 국가적인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설이 지적하고 있듯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이유’였습니다. 서울시가 이처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추모 행사를 불허한 것’에 대해 사설은 ‘국민의 불신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는 민선 4기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첫 임기가 끝나가던 시기이자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시기였습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민들의 촛불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등 정부가 시민사회를 극심하게 탄압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서울시의 허가 번복에 대해 ‘뒤늦게 6월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며칠간의 추모행사를 허가하면 선례가 돼 서울광장과 상설무대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하루만 할 것을 요구했다”며 “지난달 4일간의 추모단 설치·운영을 허가한 것은 서울광장과 상설무대의 관리부서가 다른 데서 비롯된 서울시의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군색한 변명에 불과’한 해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기념사업회가 행사를 원래대로 진행할 경우 서울시가 행정조치까지 취할 태세를 보였고, 자칫 불미스러운 일까지 벌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로 인해 기념행사는 여러모로 축소되었고, 분향소는 18일 하루만 운영되었습니다. 국가기념일인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를 서울시가 적극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훼방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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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인근 도로에서 5·18단체 관계자들이 “5·18유공자에 가짜가 있다”고 주장하며 행진을 하던 극우단체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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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0년이 지나 5·18 민중항쟁 제40주년이 다가오는 2020년 5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정부와 서울시 모두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적어도 행정이 시민사회의 5·18 기념행사를 탄압하거나 훼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세력이라는 이름을 빌린 극우세력의 5·18 폄훼와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6일에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광주 5·18기념재단 앞에서 5·18 유공자에 가짜가 섞여 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극우 유튜버들은 5·18 유공자들을 ‘가짜 유공자’, ‘폭도’ 등으로 폄훼하는 망언을 쏟아냈습니다. 몇몇 극우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16,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5·18 유공자의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겠다고 신고한 상태입니다. 광주시가 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한 ‘집회금지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지만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형식으로 행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집회를 열려 하는 전일빌딩 앞은 계엄군이 집단발포를 자행한 5·18 역사 현장으로, 기념일을 즈음해 전야제와 시민난장 등 행사가 해마다 열렸던 공간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5·18단체와 광주의 시민·노동·종교·사회 단체들이 행사 계획을 전면 취소한 상태입니다. 5·18단체들은 다만 5·18을 폄훼하는 극우세력의 행사들에 대응하기 위해 금남로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5·18행사위는 금남로에 추모 제단을 설치하고 예술가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화예술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것이 5·18 민중항쟁 제40주년을 맞은 한국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6일 기자회견에서 망언을 내뱉는 극우 유튜버들에게 한 5·18 단체 회원이 절규한 말이 가슴을 찌릅니다.

“우리는 40년 전 총칼에 가족을 잃었어. 5·18 심장에서 이런 건 안 돼. 제발 가.”

언제까지 유가족의 상처를 헤집고,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헌신을 부정하는 만행을 그대로 지켜봐야만 할지 마음이 답답해지는 5월입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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