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저희는 1980년 5월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과 대치한 62대대, 이제원 당시 대대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인터뷰 내용과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봉지욱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전남도청 앞이었는데요. 당시 62대대가 시민들과 어느 정도 가깝게 대치하고 있었습니까?
[기자]
발포 당시죠, 5월 21일 광주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과 대치한 부대는 11공수 61대대, 그리고 62대대 이 2개 대대였습니다. 약 700명이었는데요.
시민군이 준 김밥을 나눠 먹을 정도로, 한 마디로 팔을 건네면 닿을 정도로 굉장히 가깝게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원 중령은 당시 현장 책임자로, 군의 당시 상황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계엄군 대대장이었으면 이번에 이렇게 인터뷰를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까?
[기자]
사실 과거에 발포를 고백한 공수부대원들이 있습니다.
지금 목사로 재직 중인 분도 계시고요.
하지만 이씨 같은 지휘부는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당시 공수부대 대대장으로 현장을 책임진 지휘관의 첫 인터뷰였던 겁니다.
이씨는 현장지휘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여러 사실들을 제게 얘기했는데요.
특히 주남마을 사건을 설명한 부분은 생존자 홍금숙 씨의 증언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당시 공수부대는 광주 외곽을 전부 포위해 시위가 밖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작전을 펼쳤는데요.
그 길목에 바로 주남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니버스가 나주로 향하고 있는 와중에 거기에 있던 62대대 공수부대가 시민군이 외곽으로 나간다, 이렇게 판단하고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겁니다.
그런데 생존자 홍금숙 씨를 포함해 10대 여성이 4명이나 타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이제원 중령, 이제원 대대장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민간인을 공격한 것 그리고 생존자를 사살한 것, 이거에 대한 지휘관의 첫 확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의의가 있다고 봤고요.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이분들의 인터뷰 가치가 상당했다고 판했습니다.
[앵커]
이 인터뷰 가치를 얘기하면 그동안 전두환 신군부가 주장했던 내용과 차이가 있다, 이를 뒤집는 듯한 내용들도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기자]
특히 저희는 이분이 말한 그 지휘라인에 주목했습니다.
전두환 씨는 자기는 광주와 상관이 없다, 관여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분은 정호용 특전사령관이 광주에 온 게 27일 전남도청을 탈환하라는 지시를 하려고 온 것 같다,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군은 지휘계통에 가장 민감한 조직입니다.
이 같은 말은 당시 계엄사령부 지휘라인이 1995년 검찰 진술 때 말한 내용과도 상당히 비슷하고요.
전두환, 정호용 등 12.12 군사반란의 주역들이 또 다른 지휘라인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들이 발포 명령의 정점에 있다는 주장과도 연결되는 부분이어서 상당히 주목한 발언이었습니다.
[앵커]
이씨, 이제원 전 대대장과 관련해서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더 밝혀야 할 부분들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제원 중령은 계획적인 발포는 아니다, 이렇게 주장했는데요.
이는 사실 광주시민들의 증언과는 다릅니다.
지금도 여전히 일각에서는 군의 자위권, 즉 방어하기 위해서 공격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집단 발포 과정과 그 배후에 대한 진상규명,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앵커]
그런데 지난해 11월에 고인이 된 겁니까?
[기자]
제가 이분을 인터뷰한 건 작년 4월이었습니다.
현장 지휘라인에 있던 대대장들, 대대장들을 모두 취재해 보도해야겠다, 이렇게 계획했었는데 그 사이에 지병이 깊어지셔서 작고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제가 오늘 고 이제원 대대장의 부인과 통화를 했습니다.
부인께서는 남편이 남긴 증언으로 5.18의 진실이 조금이라도 밝혀지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남편의 뜻이다, 이렇게 전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봉지욱 기자였습니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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