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서 효과… 찬반 격화 / 김연명 靑 수석 거론 하루 만에 / 기재부 “적극 도입검토” 밝히며 / 21대서 국회 활발한 논의 주문 / 與, 전 정부 추진 때 반대 ‘원죄’ / 의협 ‘투쟁카드’ 강력 반발 부담 / “靑과 구체적 협의 없었다” 선긋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찬반 논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수차례 원격의료 도입을 시사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선긋기에 나서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강력 반발하며 ‘투쟁’ 카드를 꺼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기재부도 비대면 의료(원격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행한 한시 조치들은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다만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등이 필요하므로 21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원격의료 검토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수석은 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서 “코로나19 때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상담 진료가 17만건 정도 나왔으니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기재부가 잇따라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불과 일주일 전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예고하며 원격의료를 언급한 뒤 논란이 일자, 김 차관은 지난 7일 2차 경제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의 비대면 서비스 육성 계획이 원격의료 제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4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연명 수석이 코로나19 때문에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분들에게 비대면 의료를 했더니 성과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인데 이는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격의료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거나 (당정이) 협의한 적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의 강한 시그널에도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이유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과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원격의료를 문재인정부가 도입하려 한다는 비판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간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일어나 소규모 병원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문재인정부도 집권 초부터 원격의료 허용 방안을 검토했고 2018년엔 격오지 군부대 장병과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에 한해서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를 개선해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과 원격의료 시장 성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전화상담·처방’이 도화선이 됐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은 전화로 평상시 복용하던 약물 등에 대해 의사와 상담을 받았다. 지난 2월23일∼3월8일 폐쇄된 은평성모병원에서 전화 진료를 받은 환자의 87%가 진료가 ‘만족스러웠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월1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 회의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정부의 잇따른 원격의료 도입 언급에 대한의사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사들은 4개월에 이르는 기간에 코로나19 진료에 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비상시국을 이용해 의사들 대부분이 반대하는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시도를 이해할 수 없고,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코로나19 혼란기를 틈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의협은 ‘극단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이현미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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