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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팩트파인더] ‘아동 성착취물 배포’ 손정우, 美 송환 땐 징역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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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아동 음란물 25만 건이 유통된 다크웹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홈페이지 화면에 사이트 폐쇄를 알리는 문구가 띄워져 있다. 웰컴투비디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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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한ㆍ미 양국에서 기소된 손정우(24)의 미국 송환 결정을 앞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19일 서울고법 제20형사부(수석부장 강영수)가 범죄인 인도심사에서 미국 송환을 결정하면 손씨는 한국 법원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우선 이중처벌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론은 손씨를 미국에 보내 강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하지만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징역 100년 이상 나올 가능성이 많다”면서 송환반대 청원에 나선 손씨 아버지의 구명운동이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범죄인 인도 조약 및 관련법에 따라 손씨에 대한 여러 가지 처분 가능성을 짚어봤다.

① 손정우, 미국 송환 불가피한가

1999년 발효된 한미범죄인인도조약 제3조에 따르면 “어느 체약당사국도 자국민을 인도할 의무는 없으나 피청구국은 재량에 따라 인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자국민을 인도할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자국민 범죄인을 인도할 필요는 없으나, 범죄의 효과적인 예방과 억제를 위해 조약을 체결한 양국이 협력하는 차원에서 범죄인을 인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가 손씨를 반드시 미국에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손씨의 인도를 허가해도 법무부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최종적으로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법원이나 법무부가 손씨의 인도를 불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에서 무려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포함해 8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성착취물이 공유될 정도로 범죄 혐의가 중한데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유사범죄에 대한 국민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② 미국에서도 아동 음란물 배포죄로 처벌 받나

손씨는 2018년 8월 아동 포르노 광고ㆍ배포, 수입용 미성년자 음란물 제작, 자금세탁 등 9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중 아동ㆍ청소년 음란물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 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한국에서 유ㆍ무죄 판단을 받지 않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인도심사청구 명령을 내린 상태다. 미국 법원도 손씨가 송환되면 최고 2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자금세탁 혐의만 판결을 내려야 한다.

물론 미국 정부가 자금세탁죄 외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처벌해달라는 요청을 할 경우, 법무부 장관이 이에 동의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이미 국내에서 처벌이 이뤄진 혐의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하는 건 형사사법주권이 지나치게 침해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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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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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손정우 여죄를 한국에서 처벌할 수는 없나

손씨를 미국에 인도하지 않고 미국에서 기소된 범죄 혐의로 한국에서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 손씨에게 적용된 아동 포르노 광고ㆍ배포 및 음모 혐의가 이미 손씨가 처벌을 받은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ㆍ배포죄에 광범위하게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은 죄목으로 처벌할 경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데다, 같은 혐의로 다시 처벌하면 같은 죄로 두 번 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과도 충돌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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