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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정의연 논란, 위안부 운동 도덕성까지 파괴해 안타까워" [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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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가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의 ‘도덕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그간의 시민사회 노력을 칭찬하지 못하면서, 왜 무분별한 의혹만 제기하는지 묻고 싶어요.”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이 1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였던 윤 당선인은 30년간 ‘위안부’ 인권운동에 매진해왔으나 최근 각종 의혹에 휘말렸다. 단체의 기부금 활용이 불투명했다는 주장부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할머니들에게 숨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윤 당선인의 ‘30년 지기’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그를 직접 비판해 논란이 커졌다.

윤 당선인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부금에 비해 피해자 지원이 적다는 지적과 관련, “할머니들께 직접 돈을 주는 것만이 피해자 지원이라고 하는 것은 비합리적 인식”이라며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복지만을 목표로 한 단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경향신문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이 1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 이번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 겪는 일이다. 사실 피해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들의 상황이 너무 열악했고 정부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사회에서는 ‘민족의 수치이자 부끄러운 역사를 왜 다시 꺼내느냐’는 분위기였다. 우린 어떻게 하면 피해자들이 상처받지 않고, 이들의 생활도 안정시키며 운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피해자 직접 지원부터 인권회복 활동, 수요시위, 아시아 피해자들의 연대 활동, 입법 요구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 배경이다. 현재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가면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볼 수 있는데, 지난 30년간 시민사회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성과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런 활동을 위해 기부된 돈을 대표가 유용·횡령한 것처럼 비추고 있다. 운동의 도덕성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일부 매체들은 위안부 피해자와 지원 단체들을 대치시켜놓고 ‘할머니는 돈 받기 원하는데 단체가 반대했다’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하더라. 할머니들과 단체의 분열이 우리가 제일 힘들어하는 구도라 3일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가면서 미래한국당, 심지어 일본 언론들까지 나서는 상황을 보니 전체적으로 위안부 인권운동 자체에 대한 공격이란 판단이 들었다. 이제 인터뷰해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기부금 활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회계를 진행하며 애매한 부분이 있을 때는 회계사와 상담해 처리했다. 기본적으로 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기부금의 경우 모금 목적에 따라서 하게 돼 있다. 정의연의 경우 피해자 지원 사업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이 함께 가는 구조다. 시민들이 보기에는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금액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도 매달 300여만원씩 피해자에게 지원한다. 우리 역할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쳐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일본 정부가 가해자 책임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은 맞게 쓰였다. 외부 감사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면 반영해야겠지만, 비리 의혹까지 내놓는 것은 그 의도를 모르겠다. 어떤 기자는 내게 ‘리무진과 기사가 있었다는데 사실인가’라고도 묻더라. 리무진도 없고, 나는 내 승용차를 몰고 졸음운전까지 해가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 최근에는 딸 유학비 논란도 있었다.

“딸이 유학간 것은 2016년이었다. 시카고에서 1년 공부를 했는데 그때는 전액 장학금으로 공부했다. 거기서 진짜 가고 싶은 대학을 준비해 201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가 됐다. 과거 사건 관련 배상금을 받은 것은 그때부터다. 학비에 댈 수 있었고 지금도 쓰고 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딸한테 학비도 못댈 정도로 집에 돈이 없었겠나. 배상금이 나와서 부담없이 썼다는거지, 생업을 하는 가족이 있으니 학교에 보낼 수는 있었다. 내 여동생도 딸에게는 어마어마한 지원자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언급했는데.

“온 가족이 발가벗겨지고 있잖은가. ‘조 전 장관이 겪은게 이거였구나’ 싶더라. 난 사실 그전까지 조국 사태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 가능하면 그 문제에서 멀리 떨어지려고도 했다. 근데 제 딸의 삶이 발가벗겨지고, 한 기자가 딸이 차를 몰고 다녔는지의 여부를 딸 친구들에게 묻고 다녔다는 얘기를 듣고 참담했다. 내가 너무 (조국 사태에)무관심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김복동 장학금 지원 대상이 적절했는지도 말이 나왔다.

“그 장학금은 애초부터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에게 줬다. 그건 김복동 할머니의 희망이었다.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어서 우리가 그렇게 공고를 냈다. 그동안 할머니가 어떤 쪽으로 살았나. 수요시위에서 해고 노동자들에게 ‘쨍하고 해뜰날 온다’고 하시기도 하고 평화문제에 관심도 가지셨다. 그 뜻을 이어서 이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활동이 힘들어 대학생 자녀들의 학비 내는 것도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할머니들도 평소에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까하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상황도 외교부와 입장이 다르다.

“합의 전 한·일 국장급 협의가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있었다. 12월27일 협의가 끝났는데 정부는 그날 밤 일부 내용을 통보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나 위안부 문제의 불가역적 해결, 국제적 비난 자제, 10억엔 출연 등 민감한 부분을 뺀 내용이었다. 우린 그것만 갖고 입장을 결정할 수 없었고, 다음날 법률가들을 불러 합의 내용을 보고 판단하자고 했는데, 최종 합의에는 그런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 나는 그 뒤 할머니들에게 ‘일본 정부는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소녀상 철거나 국제사회 언급 자제 등의 내용도 합의에 있다’고 알렸다. 외교부는 합의 발표 당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거냐’는 질의에 ‘이제부터 설득할 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건 당시 기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 비례대표 출마 당시 할머니들과 소통이 미흡했던 것 아닌가.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신청 공문이 와 급하게 논의를 시작했다. 급박한 상황이라 할머니들에게 일일이 전화할 수 없었다. 이용수 할머니한테는 비례대표를 신청한 뒤에 연락드렸는데, ‘잘될 거다’라고 말씀하시더니 그 뒤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가라’고 하시더라. 할머니한테 설명을 드리고 있었는데 그사이 당선됐다. 할머니로서는 서운함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할머니가 가자평화당 최용상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한 것은 가슴 아프다. 그는 과거 수요시위 당시 정의연 측을 공격하기도 한 인물이다. 시민당 비례를 신청했다 떨어진 뒤 ‘민주당은 아베보다 나쁜 정당’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최 대표가 왜 지금 정의연 비판의 전면에 나설까. 비례대표에 떨어진 ‘앙심’ 때문이란 생각이다.”

-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우리는 그간 싸우기 바빴다. 이제는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신뢰할 수 있게끔 공개한다든가, 국민 신뢰를 받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활동가들도 이번 논란으로 상처를 받았는데 잘 극복해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건 우리는 피해자 지원·복지에만 한정된 단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건 국가의 책무이고, 시민사회의 지원은 이를 좀 더 충실히 하는 차원이다. 후원자들 대부분은 이 같은 정의연의 역할에 공감하고 있다.”

박용하·김윤나영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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