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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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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용산 ‘미니 신도시’ 계획에… 東은 시큰둥 西는 웃는 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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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나면 매물이 남아나질 않을 거예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화로 토지 매수를 문의하는 고객에게 이같이 답했다. 이 업소에는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용산 정비창 구역 인근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자 매매 문의가 급증한 것.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미니신도시를 짓겠다는 국토부의 발표가 난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이야기까지 나오고 나니 땅이 묶이기 전에 팔려는 사람들과 사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동부이촌동의 공인중개업소들은 대체로 한산했다. 국토부의 용산 개발 계획이 동부이촌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업소 관계자들은 "알지 못한다", "해줄 말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큰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이촌동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조선비즈

서부이촌동 강서아파트 단지/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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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는 용산 정비창 구역에 ‘미니 신도시’급인 8000가구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이 중 30%(2400가구) 정도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용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후, 직접 영향권인 이촌동의 표정은 동부(이촌1동)와 서부(이촌2동)가 미묘하게 갈렸다. 그간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서부이촌동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미소를 지었지만, 동부이촌동은 국제업무·상업시설 대신 전용면적 소규모 주택들이 대거 들어선다는 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됐든 개발은 된다"… 웃는 서부 이촌동

서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부이촌동이라고 모두가 용산 신도시에 적극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땅이 노느니 뭐라도 들어서면 뭐라도 할 것 아닌가"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프로젝트’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지난 2005년부터 추진됐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 등으로 사업이 좌초되며 부침을 겪었다. 2008년 철거한 용산역 철도 차량사업소 부지는 공터로 방치됐다. 서부이촌동은 지지부진했던 개발이 용산 신도시 계획 자체만으로 재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겼다. "확실한 개발 계획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단 낫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서부이촌동은 입지가 워낙 좋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만 되면 무조건 오른다"면서 "당장은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거래가 막히겠지만, 길게 보면 지역이 훨씬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촌동의 서쪽 끝 낙후된 아파트 단지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왔다. 1970년 준공된 중산1차 시범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재건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예측에 "어차피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 아파트 단지 재건축에 미온적이었다"면서 "신도시가 들어서면 인프라를 간접적으로나마 같이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악재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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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이촌동 한가람 아파트 단지/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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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업시설 파급효과는 어디 가고"…냉랭한 동부 이촌동

하지만 한강대교 진입로의 건너편에 위치한 동부이촌동에서는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동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국토부 발표 이후에도 동네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 "동부이촌동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매매 문의는 다소 늘었지만 실제로 매매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 금싸라기 같은 땅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업무지구로 키우지 못하고 아파트만 세우겠다고 한다"면서 "동부이촌동에 악재까지는 아니어도 별로 호재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동부이촌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별다른 인프라 구축 없이 8000가구나 더 들어서면 불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동부이촌동 입장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당초 계획 그대로 진행됐다면 도시 고급화와 위상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용산 정비창 부지에 중·소형 주택이 공급이 늘고 임대주택도 20~30% 정도 들어서기로 하면서 동부이촌동 주민들로서는 실망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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