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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피플] 박기은 최고기술책임자 "토종 클라우드 올라탄 학교…온라인 개학 대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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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고 이를 가능케 해야 하는 2주 동안은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최대 300만명까지 사용하도록 개선하는 작업은 서버·네트워크·스토리지 등 시스템 자원을 손쉽고 빠르게 늘릴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특히 학생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국산 클라우드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었습니다."

박기은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개학 대란이 공공 영역에서도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네이버 클라우드 사업 담당 자회사인 NBP는 온라인 개학을 지원하는 두 곳 가운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에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했다. 온라인 학습이 결정된 2월부터 4월까지 동시 접속자를 최대 4만명 수용하던 시스템을 2주도 안 되는 기간에 300만명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박 CTO는 긴박한 일정에도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르고 손쉽게 인프라를 증설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에서 단기간에 막대한 트래픽을 감당하도록 수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클라우드 인프라 증설로 해결해야 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했다면 하드웨어 증설에만 몇 주 걸릴 수 있었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이미 갖춰진 대형 인프라상에서 자원을 할당하면 돼 몇 분이면 가상 서버 하나를 생성할 수 있고, 실제 시스템에 투입하는 데까지 몇십 분 만에 가능하다.

박 CTO는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기 전 우선적으로 온라인 학습이 결정된 2월만 해도 e학습터 시스템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며 "한 번도 최대 사용자 수를 측정해본 적도 없는 시스템이었지만 무조건 가능하도록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네이버가 그동안 쌓은 대규모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모두 적용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해 인프라 증설, 즉 시스템에 투입되는 서버 수를 늘리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접근이 가능했던 이유는 e학습터 시스템이 이미 클라우드상에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개학을 위한 준비 기간뿐 아니라 실제 운영 기간은 순간순간이 전쟁의 연속이었다. 박 CTO는 직원 200여 명과 함께 24시간 대응팀을 꾸리며 전쟁을 치러야 했다. 개학 첫날 병목 현상에 따른 로그인 지연 현상을 겪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클라우드를 쓰는 EBS 온라인 클래스처럼 전체 서비스 장애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를 신속히 해결하면서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린 지난달 20일에도 1차 온라인 개학 시 혼잡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온라인 개학이 실제로 시행된 지난 2주간은 매일 아침 8시 이전에 회사에 출근해 e학습터에 대한 시스템 모니터링 도구들을 띄워놓고, 8시부터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로그인을 진행하면서 늘어나는 트래픽, 인프라 자원 사용량, 사용자 패턴에 따른 시스템 부하 포인트 등을 보면서 긴박한 순간이 되면 기술적 의사 결정을 해야 했다"면서 "오후에는 추가 개선 사항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전체 상황실 기능을 하는 메신저 방에서 여러 엔지니어와 개발자들, 의사 결정자들과 논의하면서 실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박 CTO는 진정한 한국형 원격학습 시스템, 클라우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같은 노력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례는 단기간에 최대 300만 사용자가 가능해야 한다는 목표만 주어진 상황이라 완성도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일반적인 관점에서 원활한 원격수업 진행 측면에선 90%는 됐지만 시스템 최적화와 클라우드 장점 활용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을 포함하면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CTO는 학생의 학습 데이터와 교사의 교육 콘텐츠가 축적되면 이를 분석해 더 좋은 학습 방법을 찾아내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더 많이 활용하는 에듀테크 플랫폼을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국산 클라우드 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역설했다. 그는 "데이터를 원유에 비유하는데, 원유 정제 시설을 외국에 두는 것이 맞는지, 국내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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