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영국 케임브리지의 로열 팝워스 병원 중환자실에서 개인보호장비(PPE)를 착용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케임브리지=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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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흑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 확률이 백인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의 사망률도 백인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지난 10여년간 커져 온 영국 사회의 의료 불평등 실태를 코로나19가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통계청(ONS)은 7일(현지시간) 2011년 인구조사를 토대로 인종별 사망 확률을 비교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흑인의 사망 확률은 백인의 4배에 달했고, 방글라데시ㆍ파키스탄 등 아시아계의 사망 확률도 백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다만 연령과 기저질환 등 각종 요소를 감안할 경우 흑인은 백인의 1.9배, 아시아계는 1.8배로 격차가 줄었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연구자들은 주거, 도농격차, 소득, 교육 수준 등이 인종 간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단적으로 영국 주택조사에 따르면 2014~2017년 방글라데시 가구 3분의 1이 ‘과밀거주’ 상태였던 반면 백인 가구는 단 2%만 이에 해당됐다. 과밀거주시 코로나 확산 위험이 더 큰 건 당연지사다. 인종별 기저질환 보유자 비율, 대면업무(서비스직) 종사자 비율 등도 사망률 격차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언급됐다.
NYT는 특히 올 2월 영국 런던대 의료형평성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지난 10년간 보수정권 하에서 긴축정책이 실시되면서 건강불평등이 더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런던대 리야즈 파텔 심장내과 부교수는 NYT에 “건강과 기대수명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근원적인 보건ㆍ사회적 불균형을 항상 존재해왔고 다만 코로나19는 그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코로나19는 평등주의자가 아니며 오히려 존재하는 불평등을 확대하는 돋보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같은 격차의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노팅엄대의 전염병학 명예교수인 키스 닐 박사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는 흑인ㆍ아시아계가 백인보다 코로나19에 더 잘 걸리는 것인지 아니면 감염 시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인지 아직 모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로 7일 기준 누적 사망자가 3만615명에 달했다. 누적 확진자는 20만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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