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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저유가로 새로 만드는게 더 싸"…산처럼 쌓이는 재활용 페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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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수도권에서 나오는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업체인 새롬ENG 경기도 화성공장에 7일 페트병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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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비축으로 한두 달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한 상황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페트병 더미 앞에서 7일 기자를 만난 유영기 새롬ENG 대표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새롬ENG는 수도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페트병 폐기물을 가공해 재활용하는 업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페트병 값이 폭락하고 수출길이 막히면서 새롬ENG 집하장은 그야말로 페트병 산더미로 변했다. 공장 앞에는 3월부터 쌓이기 시작한 페트병이 평소보다 8배 많은 3000t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 용기 판매와 사용은 급증한 반면 국내 페트병 중 60~70%를 사들이는 유럽과 미국에 대한 수출길이 막히자 전국 페트병 처리집하장에 쓰레기 산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나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유가로 인해 신규 페트병 원료가 재생원료보다 값이 싼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이윤도 떨어진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페트(PET) 재활용업체 재생원료 판매량은 올해 1~3월 1만6855t에서 4월 9116t으로 46%가량 감소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원유가 원재료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페트) 신규 원료 가격이 3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5%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규 원료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처에서는 재생원료를 살 유인은 줄어들게 돼 판매량이 급감하게 된다.

유 대표는 "4월부터 수출길이 100% 막혔다"며 "안 그래도 저유가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재작년에 이어 제2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딱 2년 전인 2018년 4월 중국 폐기물 수입 금지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시민들 집 근처에도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쌓여갔고 정부가 재활용업체 수익 보전 등을 통해 간신히 수습했다. 이번에도 페트병 재활용 쓰레기가 회수·선별장에 쌓이다 포화 상태에 이르면 결국 당장 가정집에서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를 옮겨 놓을 장소도 없어지고 결국 아파트 단지 곳곳에 쓰레기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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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페트 재활용업체 주요 8개사 적체량은 4월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4월 첫째주 57.8%에서 마지막 주에는 72.9%까지 찬 상황이다. 현재 새롬ENG 저장 창고도 90% 이상 차 있는 포화 상태다.

환경부는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기 위해 공공 비축을 7일부터 시작한다. 최근 저유가 상황에서 기름이 팔리지 않아 정유업체들이 곤혹스러워하자 정부가 비축유를 사들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페트병을 공공 비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23개 재활용업체 현장점검을 거쳐 현재 재고량인 1만8000t 중 1만t을 비축하기로 했다. 공공 비축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환매를 조건으로 시중 단가 대비 50%에 선매입하는 방식이다. 재활용업체에 가득 찬 창고를 비워줄 뿐만 아니라 재활용 업계 자금 유동성 확보, 재활용품 유통 흐름 원활화 등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업계와 함께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면서 수거 단계에서 재활용품 매각 단가를 조정하는 가격연동제를 적용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만큼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수출길이 막혀 자금 순환이 안 되는 만큼 정책자금을 원활히 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환경부에서 정책자금 1600억원가량을 조기 집행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책자금을 신청하려 했더니 30분 만에 동났다"며 "그만큼 지금 재활용업체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값싼 페트병 수입 제한, 재활용 의무사용제 등도 대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 재활용 의무 사용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7일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폐기물 재활용 문제를 포스트 코로나 과제로 제안했다"며 "1차 공공 비축으로 업계에 숨통이 트이길 바라며, 2차 공공 비축, 수출처 물색, 수입 제한 등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공공 비축은 용지 확보 등이 어려워 당장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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