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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13일 순차 ‘등교개학’…학부모 돌봄부담 한계 vs 어린 학생 감염 우려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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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 학력격차 확대 우려 / 교육부·방역당국 협의, 전문가 자문, 교육현장 의견 등 종합해 이뤄진 결정 / 현장 목소리뿐 아니라 등교 이후 상황 예측, 대응 방안까지 충실히 반영해야 /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등교까지 남은 기간은 물론 학교 문을 연 뒤에도 지속 보완해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새 학년이 시작된 뒤에도 두 달 넘게 닫혀 있던 각급 학교가 드디어 문을 열고 학생들을 맞는다.

교육부는 4일 생활방역 체계 전환에 맞춰 단계적·순차적 등교 일정과 수업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중·고교와 달리 저학년부터 역순으로 등교하는데, 학부모의 돌봄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마찬가지 이유로 초1∼2학년과 함께 20일 등교를 시작하는 유치원생의 경우 그동안 원격수업도 없이 계속 휴업 상태였기 때문에 애초 개학일부터 무려 79일 만에야 반가운 친구들 얼굴을 보게 됐다. 조용했던 학교에 활기가 넘치고 교실수업이 가능해졌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여전해 학교 안팎에는 등교의 설렘과 감염 걱정이 교차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확연히 잦아든 데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와 각 가정의 돌봄 부담 등으로 등교를 더는 미루기 힘든 게 사실이다. 방역 측면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에 그치는 안정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비대면 수업과 입시 준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졌다.

가정형편에 따른 학력격차 확대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교육부·방역당국 간 협의와 전문가 자문, 교육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이뤄졌는데 현장 목소리뿐 아니라 등교 이후 상황 예측과 대응 방안까지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등교까지 남은 기간은 물론 학교 문을 연 뒤에도 지속해서 보완해야 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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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 20일 초등학교 저학년·유치원생이 우선 순차적으로 등교하기로 결정하자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한 결정은 아니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고3은 지난달 30일 석가탄신일부터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로부터 코로나19 잠복기인 14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등교하는 데다, 일주일 뒤면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까지 개학하기 때문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5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개학연기, 온라인 개학 결정을 하면서 방역당국과 전문가 의견을 경청했던 교육부가 이번 등교 시기 만큼은 대학입시와 돌봄 등을 이유로 강행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지난 4일 발표한 등교수업 방안에 따르면 오는 13일 고3이 우선 등교하고, 고2·중3·초1~2학년과 유치원생은 일주일 뒤인 20일, 고1·중2·초 3~4학년은 27일 등교한다. 마지막으로 중학교 1학년과 초 5~6학년은 다음달 1일에야 학교에 가게 된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오는 13일부터 전원 등교 가능하다.

이 중 가장 첫 타자인 고3은 잠복기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13일 개학한다. 방역당국은 5~7일 사이 대부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지만 최대 14일까지를 잠복기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발열이나 기침 등 대표적인 증상이 없더라도 감염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등교개학 이후 학교 집단발병 가능성 높진 않지만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이번 학기는 원격수업을 주로 진행하고 등교수업은 중·고등학교 학생 실기 등 보조 형태로 하도록 자문했다"면서 "고3이 잠복기가 끝나기 전 개학하는데에는 국내에서 대학입시의 위상이 각별한 만큼 재학생과 재수생 간 (형평성)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전문가들은 고3 우선 등교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다른 학생들은 이후 2주를 더 기다리거나 1학기 내내 원격수업을 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교육부 등교 방안은 예상치 못한 일정"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역시 지난 4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고 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위생수칙 준수, 또 학사일정을 감안해서 고3이 가장 먼저 등교개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등교개학 이후 학교 집단발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지는 않지만 (집단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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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에 ''보고 싶다''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다만 고3은 성인에 가까운 학생으로 스스로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따랐다. 고3과 함께 가장 먼저 온라인 개학한 중3의 경우 20일로 미뤄진 것도 아직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 큰 우려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에 쏠려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감염에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개인위생수칙을 지키기 어렵고, 감염되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인 조부모와 더 밀접하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의 등교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높아 등교 거부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당장 등교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갑 교수는 "초등 1~2학년이 등교하는 20일부터는 통제하기 어렵고, 한 학교에서 2~3명의 확진자가 나오면 지역 전체가 난리가 날텐데, 여기저기서 학부모들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당시 집단발병 환자가 급증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확진자가 몇 명이 나올 때 등교를 중지하고 돌이킬 수 있을지, 그때는 지역별로 다른 정책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홍역, 성홍열 등 전염병 한꺼번에 발생할 가능성도 예의주시

감염병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등교와 동시에 코로나19와 함께 홍역, 성홍열 등 전염병이 한꺼번에 발생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모란 교수는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주로 집에 있어서 확산되지 않았지만 다른 전염병이 함께 돌 가능성도 있다"면서 "코로나19와 증상이 크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등교 시 지침, 학사 관련 지침은 보완해 배포할 예정이지만 아직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확진자가 발생하는 대구·경북지역,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추가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들 지역은 학생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하거나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번갈아가면서 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등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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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용산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과 쌍방향으로 온라인 개학식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다 보니 다른 지역과 달리 한 학기 내내 원격수업을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면서 "각 학교 여건과 상황이 다른 만큼 의견을 수렴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긴급돌봄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분산할 필요도 있고, 오히려 하교 후 학교에서 집으로 바로 이동하면서 동선이 짧다"면서 "어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 “어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

당국이 유치원의 개학을 초3~6, 중1~2, 고1에 앞서 결정한 것은 긴급돌봄 수요가 급증하는 점, 가정의 여건에 따라 원아의 교육격차와 기초역량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은 학생발달 단계상 원격수업보다는 대면수업이 효과적"이라면서 "초등긴급돌봄 참여자 대다수가 이미 초등 저학년 학생들인 점을 고려해서 유치원과 초등1·2학년부터 등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27일 이미 유치원 원아의 30%가 넘는 인원이 긴급돌봄교실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등원이 진행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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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광주 북구 지산중학교에서 한 중3 담임교사가 휴대전화 앱의 실시간 방송 기능을 활용해 학급 조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유치원 법정 수업일수 180일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사들로부터 강하게 나오고 있다. 등원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원격수업으로 수업일수를 보충한 초·중·고교와 달리 방학을 거의 없애지 않는 한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가 지난달 29일과 3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 유치원 교사 9634명 중 90%가 '개원이 연기된 일수만큼 수업일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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