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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코로나에 저유가 쇼크까지… 수출·내수 동반 침체로 내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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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저유가 ‘동반 쇼크’…"불확실성 극도로 확대"
WTI 올해 들어 68% 하락… 2002년 이후 18년만에 최저
"저유가 지속되면 수출·내수 동시 침체로 이어질 수도"

뚝뚝 떨어지는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견되는 한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에서 촉발된 ‘저유가 쇼크’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회복 동력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부진 장기화로 국내 경기의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경우,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형성돼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국내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와 저유가라는 두가지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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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온산공단내 에스오일 정유공장에서 석유화학 처리시설이 불을 밝히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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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도 저유가에 대한 우려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이 세계 경제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로 인한 경제교란을 최소화하기 위해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에 노동·규제개혁을 통한 구조개혁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유가, 18년 전으로 후퇴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공급 과잉과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배럴 당 가격은 19.84달러다. 특히 지난달 20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지속된 가운데,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까지 추락했다. WTI 가격은 올해 들어 70% 가까이 떨어졌다.

민태기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간이지만, 원유값이 마이너스가 됐다는 의미는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더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의 수요가 실종됐다는 의미"라면서 "코로나19의 여파가 늦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동제한(셧다운), 공장폐쇄(락다운)를 지속하는 만큼, 유가하락이 언제쯤 진정될 지를 가늠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했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는 이미 이달 초 발표된 실물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369억2000만달러)은 전년대비 24.3%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99개월 만에 적자(-9억5000만달러)를 나타냈다. 특히 국제유가 등락에 민감한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치명타를 맞았다. 석유제품은 56.8%, 석유화학은 33.6%, 선박 60%, 철강 24%, 자동차 34%씩 수출이 줄었다. 평균 수출 감소폭을 모두 웃돌았다.

물가에서도 저유가의 영향이 이어졌다. 4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4월 대비 0.1% 상승했고, 지난 3월에 비해서는 0.6% 하락했다. 전월대비 소비자 물가지수 하락폭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9년 4월(-0.7%) 이후 가장 컸다. 물가 하락은 기여도가 -0.45%p인 석유류가 포함된 공업제품의 영향이 컸다. 전체 하락 기여도(0.56%p)의 80%가 공업제품에서 나왔고 경유(-11%), 휘발유(-9.2%), 등유(-6.5%), LPG(-6.3%) 등이 하락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유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동반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유가→수출 부진→경기침체→소비부진→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물가가 낮고,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공급 쪽에서 물가 하락 압력이 더 생길 경우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앞으로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발생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 "산업 구조개혁 필요"

정부와 한국은행은 현재 코로나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코로나 피해 계층을 위해 1,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24조원가량 재정을 풀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사상 최저인 0.75%로 낮췄다.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국고채 직매입 유동성 공급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6월 초 최대 30조원 이상의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도 코로나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한 회사채 매입기구, 기간산업안정 기금 등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기업 도산, 실직 근로자 발생 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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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각 부처 장·차관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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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의 저유가 확산으로 이런 확장적 재정·통화정책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화·재정 공급 일변도의 정책이 저유가 시대에 생존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지금 모든 걸 재정으로 돌리는 상황인데, 재정은 본래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재정정책보다는 금융정책으로 기업에게도 자구노력 등 위험 부담을 감수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마비된 상황에서는 경제 주체를 구호하는 식으로 정책 대응에 나섰지만 최근 저유가 사태는 정책의 방향이 경제효율을 높이는 구조개혁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고유가 시대에 익숙해진 과잉설비, 과잉공급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편하고,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 부가가치 높은 품목을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개혁으로 방향타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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