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등 취약계층 여전히 사각지대…정부, 중층적 안전망 추진
전문가 "장기적으론 고용보험 보편화 필요"…재원 마련 등 문제
실업급여 설명회 |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충격이 현실화하면서 취약한 국내 고용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운을 띄운 상태다.
전문가들은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같은 제2의 고용 안전망으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메워나가되 장기적으로는 고용보험으로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고용보험 가입자, 전체 취업자 절반 수준에 그쳐
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등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고용 안전망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4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고용 안전망인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의 49.4%에 불과했다.
전체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45.6%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실업자가 실업급여를 못 받는 셈이다.
한국과 같이 고용보험 가입 비율이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국가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이다. 핀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등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국가는 가입률이 90%를 넘는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는 1천367만4천명으로,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1천250만명)보다 9.3% 늘었다.
그러나 사각지대는 여전히 크다.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고용보험은 1995년 도입 당시 일정 규모 이상인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를 가입 대상으로 했다.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가면 적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비정규직과 특고 등의 다수는 아직도 혜택을 못 보고 있다. 이는 국내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따른 이중구조가 고착화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 외에도 노동시장의 충격 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한다.
유급휴업·휴직을 한 기업에 휴업·휴직수당의 일부를 지급해 고용유지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일자리를 늘린 사업장을 지원하는 일자리 함께하기 지원금, 모성 보호를 위한 육아휴직 급여 등도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한다.
고용보험(CG) |
◇ 중층적 고용 안전망 추진…전문가 "보편적 고용보험 필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가입 대상을 확대함과 아울러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해 중층적인 고용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고용보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고용 안전망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인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제2의 고용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 근거가 될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수당을 지급하고 맞춤형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 특고, 미취업 청년 등이 주요 대상이다. 지원금은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정부 예산으로 지급한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수혜자가 단계적으로 늘어 2022년에는 60만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시행하는 일자리 사업을 포함하면 3중 고용 안전망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적용 범위가 넓지 않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고용보험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권에서 제기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와 같은 맥락이다.
고용보험의 보편적 적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특고 종사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을 포함한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려면 임금 대신 소득으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바꾸는 등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재원 마련 문제도 쉽지 않다. 현행 제도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분담하는 방식인데 재원을 확대할 경우 누가 더 부담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
자영업자 등의 고용보험 가입을 끌어내는 것도 문제다. 현행 제도로도 자영업자의 임의 가입이 가능하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1만5천명 수준이다. 보험료 부담 등을 이유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이병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계형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미룰 수 없다"며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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