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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4월 소비자물가 0.1% 상승···코로나19·유가 하락으로 올해 첫 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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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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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서비스 수요 위축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처음 0%대로 떨어졌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저물가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통계당국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1% 올랐다. 지난해 10월 0.0%를 기록한 이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매달 0%대였다가 올해 1~3월 1%대를 회복했지만 다시 0%대로 내려 앉았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물리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 서비스 분야를 위주로 물가가 하락했다. 여행 등 이동을 자제하면서 해외단체여행비가 전년동월비 10.1% 하락했다. 승용차 임차료는 16%, 호텔숙박료는 6.8% 떨어졌다. 각종 행사가 열리지 않으면서 생화 가격은 4.2% 하락했다.

외식비는 1년 전보다 0.8% 상승했지만 한달 전에 비해 0.1% 오르는 데 그쳤다. 외식비는 4개월 연속 전월대비 0%대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2012년 5월~2013년 2월 매달 0%대를 나타낸 이후 처음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 상승도가 둔화됐다”고 말했다.

석유류 물가 하락은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산유국들의 ‘유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는 전년동월비 6.7% 하락했다. 경유(-11.8%)와 휘발유(-5.1%) 모두 가격이 떨어졌다. 석유류가 물가상승률을 떨어트린 정도는 0.28%포인트로 조사 품목 중 가장 컸다.

통계청은 교육 복지 확대와 경기부양을 위한 세금 인하 등 정부 정책도 낮은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지난해 3학년생을 시작으로 올해 2학년생까지 확대되면서 고교납입금이 전년동월대비 64% 감소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경기대응책 일환으로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면서 차종별로 가격이 약 2~4% 떨어졌다.

반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밥을 먹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식료품 물가는 상승했다. 가공식품 가격은 1.3%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고등어(17.5%)와 달걀(12.3%), 국산쇠고기(5.4%), 돼지고기(2.6%) 등에서 오르며 전년동월대비 1.8%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다.

최근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0%대 저물가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지난 3월(1.0%)보다 크게 떨어지고, 근원물가도 20여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내는 등 물가를 끌어올릴 수요 자체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코로나19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져 여건이 훨씬 안좋아졌다”면서 향후 물가 상승·하락 요인이 혼재돼있다고 밝혔다. 안 심의관은 “전세계적인 락다운(경기 봉쇄)으로 공급망이 붕괴되고, 각 나라가 경기부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영향 등이 가격 상승 효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며 “국내에서 생활방역으로 접어들면 소비가 늘어 가격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 심의관은 그러면서 “국제유가 하락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지라 아직 국내 유가에 다 반영되지 않은 점은 하락 요인”이라며 “전세계 경기가 안좋아지며 장기적으로 국내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다만 디플레이션(광범위한 물가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는 당장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심의관은 “디플레이션은 소비나 경기 측면에서 수요가 줄어서 하락하는 문제이지만, 지난달 근원물가 하락은 고교납입금 무상화 등 정책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가격이 치솟았던 마스크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오프라인 매장의 평균 판매가는 1720원, 온라인 평균 판매가는 2900원 수준이다. 온라인 판매가는 통계청이 지난 2월 마스크 물가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000원대로 떨어졌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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