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지성호 직접 가짜뉴스 생산했지만 반성없이 추가 의혹
통합당은 소속 당선인들 관리대신 '정부 질타'로 논점 흐려
야권 내부서도 "신중 필요…사과해야 신뢰 추락 막는다" 비판 나와
비대위 내홍으로 리더십 부재한 탓에 한동안 수습 어려울 듯
탈북자 출신 전체에 대한 불신 생길 수 있는 점도 우려
미래통합당 태영호 서울 강남갑 당선인. 윤창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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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식 행보 재개로 그간 제기됐던 건강이상설은 모두 '낭설'로 드러났지만 가짜뉴스를 유포했던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혼란을 부추긴 데 대한 사과보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소속 정당들도 정부에 화살을 돌리면서 사실상 감싸주기에 나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CNN의 보도로 시작된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김 위원장이 2일 북한 매체들을 통해 건재함을 입증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해프닝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곧 헌법기관이 될 국회의원 선거 당선인들이, 특히 북한 출신 당선인들이 언론을 통해 직접 가짜뉴스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북한 고위 외무공무원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당선인(서울 강남갑)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고, 탈북자 출신인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은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사망한 것으로 99% 확신한다"고 까지 자신했지만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누구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이들의 주장은 하나의 '설'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활동 모습을 공개한 이후에는 자신들의 발언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태 당선인은 "결과적으로 저의 분석은 다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과연 지난 20일 동안 김정은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일까"라고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지 당선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속단'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20여 일 동안 속단을 쏟아내더니 자신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이제 와서 신중하자고 종잇장 뒤집듯 태도를 바꾼 것이다.
게다가 자당 소속 당선인들의 이같은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해당 정당들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20일만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하자 "그동안 국내외에서 제기된 다양한 분석과 추측, 그리고 증시하락 등 경제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얼마나 북한리스크에 취약한지를 방증했다"며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반복되는 북한리스크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는 정부 질타성 논평을 내놨다.
가짜뉴스를 유포한 당사자들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정부가 잘 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투의 묻지마식 비판만 내놓은 셈이다.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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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보수 야당의 태도에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보수 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료 출신인 한 당선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북한 지도자의 근황에 대한 정보는 참 구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원 당선인 입장에서 개인의 생각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균형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의 억측과 주장은 믿을만한 정보 자료의 미흡과 과거 유사 사례의 패턴 분석에서 실패한 것"이라며 "틀린 주장이 입증되었으면 겸허하게,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변명을 거듭하거나 정치적 쟁점화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 야당의 신뢰가 추락하는 결과가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소속 당선인들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당 차원의 수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합당은 당 대표의 부재로 심재철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싸고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데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이 노는 8일로 예정돼 있어 이번 사건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볼 당의 리더십이 부재중인 상태다.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으로 통합당과의 합당 문제를 두고 고심이 깊은 한국당 관계자도 이번 사건을 "개별 당선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생각을 밝혔다.
문제는 탈북 당선인들의 이같은 가짜뉴스 양산을 본인도, 당도 제어하지 못하면서 탈북자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것.
한 보수 야권 관계자는 "탈북 당선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북한 주민 인권 향상이지 김정은의 건강을 잘 아는지 모르는지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자칫 탈북 정치인의 발언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비난 여론이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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