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젝·그랩 오토바이 기사 400만명 추정…수입 70% 안팎 감소
인도네시아의 '민심' 대변하는 오토바이 기사들 |
2일 인도네시아 앱 기반 오토바이 기사 협회 '오졸'(ojol)에 따르면 오토바이 기사는 전국 400만명으로 추산되고, 이 가운데 100만명이 자카르타 수도권에 몰려있다.
이들은 승차 공유 서비스에서 출발해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한 고젝(Gojek)과 그랩(Grab) 양대 모바일 앱을 통해 승객 수송과 택배는 물론 식음료 배달, 심부름까지 한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온 사람이 놀라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들 오토바이 기사다.
자카르타 고가 한복판을 포함해 어디서든 초록색의 고젝·그랩 점퍼를 입은 기사들이 승용차 사이로 오토바이를 몰고, 유명 음식점과 카페 앞에는 늘 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아파트 현관 앞에 음식 배달온 고젝 오토바이 기사 |
한국의 '요기요', '배달의민족' 등 음식배달 앱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사들이 고객으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음식점이 주문을 받아 기사에게 배달만 맡기지만, 고젝과 그랩의 오토바이 기사들은 고객의 요청대로 음식점에 가서 줄을 서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음식이 나오면 가져다준다.
대기 시간 때문에 오토바이 기사가 주문 한 건을 처리하는데 20분∼1시간이 걸리는데, 배달료는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한국 돈 1천원 안팎이다.
이런 방식의 배달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인도네시아가 2억7천만명의 인구 대국이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4천175달러(495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자카르타 수도권에서 한 달 내 정규직으로 일해도 월급 40만원을 받기 힘들고, 입주 가사도우미 월급 역시 20만∼25만원 선이다.
인도네시아 고젝·그랩 오토바이 기사 400만명 추정 |
인건비가 이렇게 낮다 보니 오토바이 기사들은 하루 20만 루피아(1만6천원) 정도만 벌어도 '열심히 일한 만큼 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또, 고젝과 그랩이 급성장하는 만큼 오토바이 기사들 역시 민심을 대변하는 계층으로 자리 잡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대규모 시위를 개최하는 등 정치 세력화됐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2018년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오토바이 탄 모습을 연출하고, 실제로 종종 오토바이를 몰고 국토를 달리는 것도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만들고 오토바이 기사들 표심을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작년 12월 조코위 대통령(빨간색), 오토바이로 국경 도로 시찰 |
문제는 오토바이 기사가 많은 만큼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서민층 규모도 크다는 점이다.
자카르타 수도권은 지난달 중순부터 준 봉쇄조치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회적 제약'(PSBB)을 발령, 필수업종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오토바이에 승객을 태울 수 없게 막았다.
음식점·카페의 매장 내 식사는 금지됐으나 배달과 포장은 가능하다.
오토바이 기사들은 승객을 태울 수 없고, 아예 문을 닫은 음식점·카페도 많다 보니 하루 5만∼10만 루피아(4천∼8천원)도 못 버는 날이 많아졌다.
자카르타 남부 끄망빌리지 입구 스타벅스 앞에서 만난 고젝 오토바이 기사 라이언은 "앱으로 스타벅스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은 그나마 꾸준히 있어서 주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기회를 잡는다"며 "하루 10만 루피아를 벌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오토바이 기사 아니스는 "혼자 벌어 세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하루 3만 루피아(2천400원)밖에 못 버는 날도 있다"며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지금은 갈 수도 없고,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고향으로 계속 돌아가자 코로나19 감염자 폭증을 우려,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된 24일부터 귀향을 전면 금지했다.
고젝앱으로 주문시 기사 위치 실시간 확인 |
이처럼 오토바이 기사들의 생계가 어려워지자 민관에서 모두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고용지원 프로그램(Pre-Work Card)에 오토바이 기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4개월간 월 60만 루피아(4만8천원)의 수당을 받고, 온라인 수업도 들을 수 있다.
끼니를 거르는 오토바이 기사들에게 나시고랭(볶음밥) 등 도시락을 제공하고 나선 단체들도 있다.
바탐섬의 한인회는 4월 1일부터 14일까지 하루 1천개의 점심 도시락을 오토바이 기사들에게 배포했다.
인도네시아 바탐한인회, 오토바이 기사들에 도시락 제공 |
고젝은 음식점·카페들과 제휴해 라마단 기간 '오토바이 기사'를 위한 나눔 메뉴를 마련했다.
고객이 식음료를 주문하면서 오토바이 기사에게 주고 싶은 메뉴를 함께 지불하는 방식이다. 기사용 메뉴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가령, 스타벅스에서 일반 아이스커피는 3만4천 루피아(2천720원)이지만 오토바이 기사용 아이스커피는 1만 루피아(800원)이다.
그랩은 고객이 앱을 이용할 때마다 쌓인 포인트로 오토바이 기사에게 음식이나 마스크·손 세정제를 선물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슬람 신자의 5대 의무 중에 자선의 의무(자카트)가 포함돼 있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에 자선을 실천하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인도네시아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433명 추가돼 총 1만551명, 누적 사망자는 800명이다.
고젝앱을 통해 기사에게 '나눔'하는 메뉴 |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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