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확대’ 공장은 멈추고, 거리엔 사람이 없어
‘저유가 쇼크’가 변수, 2015년 위기 때는 회복에 30개월 걸려
정부 "금융위기와 달라…주요국 봉쇄 해제되면 수출 정상화"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이상 급감한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 때문이다.
앞서 3월 수출은 전년 대비 0.7% 감소하는데 그치면서 비교적 선방했지만, 4월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 EU(유럽연합) 등 전세계 경제가 마비되면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주요 9개 교역지역에서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20대 수출 주력업종 중 17개 업종의 수출이 감소하는 등 사실상 ‘수출 가뭄’ 상태가 확대되는 것이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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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5월 이후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교역국에서 이동제한(락다운)·생산중단(셧다운)이 이어지고 있고, 저유가 등의 악재(惡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저유가 충격이 지속될 경우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 5월도 ‘수출 부진’ 불가피… 락다운·셧다운이 변수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수출은 36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개됐던 2009년 5월(-29.4%)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낸 것은 2012년 1월 이후 99개월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발(發) 글로벌 경제침체로 수출 부진이 쉽사리 회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미국과 EU 등 대다수의 국가가 최소 1~2개월 간 지역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저유가에 따른 경제 쇼크 문제가 장기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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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과 EU 시장에서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북미·EU 시장의 딜러 매장과 판매 채널 영업 중단과 이동제한에 따른 수요감소로 인해 수출이 전년 대비 36.3% 급감했다. 특히 이런 조치가 언제까지 연장될지, 이후 경제적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 예측이 어렵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유럽지역 영업은 사실상 마비 상태"라며 "코로나19의 영향이 늦게 시작된 미국의 실적도 급감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에서도 수요 감소에 따른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차량에 대해 감산 검토를 하는 상태"라고 했다.
올해 수출 회복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부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D램 가격 중심의 단가 회복세로 인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수출는 코로나 19 여파로 4월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D램 가격이 부분적으로 회복됐지만, 코로나 여파로 수요가 감소한 게 반도체 부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 ‘저유가 쇼크’로 주력 산업 타격… 부진 장기화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급락이 수출 부진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0일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까지 추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락 압력이 지속된 가운데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유가 하락은 국내 석유 관련 제품 시장에 직격탄으로 날라왔다. 우리나라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모두 합하면 국내 수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당분간 저유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국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면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4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56.8%, -33.6%으로 낙폭이 컸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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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저유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도 나온다. 2015년 6월 저유가 사태 당시 WTI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진 뒤, 다시 회복하는데는 30개월(2017년12월)이 소요됐다. WTI 현물은 지난 2월 배럴 당 44.76달러에서 3월 20.48달러로 급락한 후, 4월에는 18.84달러까지 떨어졌다. 과거의 사례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가 회복이 언제쯤 나타날 지 가늠할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 등 산유국들이 구체적인 감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저유가가 당분간 기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구조달라"… 교역국 경제 재개에 희망
다만 정부는 이번 무역 적자가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서 국내 공장은 정상 가동되는 ‘비(非)불황형 적자’인 만큼,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평가했다. 과거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의 무역적자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무역적자는 수출(-34.5%)과 수입(-31.4%)이 모두 감소하는 ‘불황형 적자’로 발생했다. 여기에 국내 제조업의 활성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본재(-31.3%)와 중간재(-28.2%) 수입도 큰 폭으로 줄었다. 국내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이 모두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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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4월의 무역적자는 주요국의 수입수요 감소 등에 따라 수출이 급감하면서 발생했다. 지난달 수입 중 자본재는 1.3% 늘었고, 소비재(-9.0%)와 중간재(-13.9%) 수입도 전체 수입 대비 낙폭이 비교적 작았다. 국내 제조업이 정상 가동되는 데 필요한 자본재·중간재 수입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봉쇄가 마무리되면 수출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이 단계적으로 경제 활동 재개하는 데다, 각국이 경제부양책를 내놓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개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했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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