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김태년·전해철·정성호 3파전
180석 巨與, 국회 운영·법안 처리 전권···정치적 교두보
‘N수생' 속출, 자택 방문 금지령까지
왕관의 무게···홍영표 원형탈모·우원식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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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달인’인 정치인들도 혀를 내두르는 선거가 있습니다. 바로 당 원내대표 선거입니다. 과거에는 ‘원내총무’로 불리던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즉 자당 소속 의원들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국회 운영, 법안 협상의 전권을 갖습니다. 어떤 법안을 우선 처리할지, 협상 과정에서 어떤 것을 내줄지, 당내 의원들을 어떤 상임위원회에 배정할지, 자당 몫의 상임위원회 간사를 누구로 선임할지 등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쟁쟁한 정치인들이 원내대표 자리를 ‘정치적 교두보’로 삼아 성장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원내대표 선거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라고 표현합니다. 일반 선거와 달리 당내 의원들, 이념과 계파, 공천, 친소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힌 집단에서 이뤄지는 선거인 만큼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내대표 선거는 재수가 필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유권자인 개별 의원 입장에서도 원내대표 선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같이 찾아오고, 전화해 ‘한 표 달라’는 동료 의원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곤혹스러울 수밖에요. 5월 7일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김태년·전해철·정성호 3인의 후보는 연휴 기간에도 여의도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원내대표 선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라고 불리는 이유, 후보들의 피 튀기는 선거 운동 과정 그리고 원내대표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충 등을 차례로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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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도 예선 탈락···확 늘어난 초선 표심 오리무중
지난 2012년 진행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선거. 당시 의원 신분이었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총 14표를 득표해 경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원내대표 선거는 ‘별들의 전쟁’이었는데요.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박지원 민생당 의원 등이 19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 자리를 두고 맞붙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가장 어려운 선거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예측 불허’한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한 초선 의원은 “예전에 모 의원이 어떤 후보를 찍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아무도 감을 잠지 못했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중학교 동문이라고 하더라. 이 정도로 우리가 표면적으로는 알아채기 힘든 지연이 작용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한 중진 의원은 “그간의 의정 활동 과정에서 서로 빚을 진 일이 있을 수도 있고 해외 출장을 같이 가서 친해졌을 수도 있다”며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더더욱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전망입니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하며 아직 뚜렷한 계파색이나 친분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초선들이 대거 원내에 입성했기 때문입니다. 재선 이상 의원들의 경우 후보들과의 관계나 의정활동 등을 고려해 표심을 가늠해볼 여지가 있지만, 초선들의 경우는 이런 계산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투표권을 가진 당선인 163명 가운데 초선은 68명으로 41.7%를 차지합니다. 이들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캐스팅 보트’나 다름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원내대표 선거 후보들은 ‘초선 맞춤형 공약’도 내놨습니다. 김태년 의원은 “초선을 상임위에 우선 배정하고, 원내공약실천지원단을 구성해 의정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전해철 의원은 “반드시 하고자 하는 제도적 개선을 대표 입법 브랜드로 당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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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이니 나와봐” 자택 방문 금지령까지···웃지 못할 표 계산 해프닝도
지난 원내대표단 선거에서 당내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의원 자택 호별 방문 금지 규칙을 마련했습니다. 원내대표들이 선거 운동 차원에서 유권자인 동료 의원들 집 앞까지 찾아가는 일이 잦아지자 ‘금지령’을 내린 것입니다. 원내대표 선거의 치열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한 초선 의원은 “전에 한 원내대표 후보가 집 앞에 찾아와 불쑥 전화를 한 적이 있다”며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잠깐 빠져나와 만난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지역구 사무소에도 찾아오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자택 방문이 금지되자 원내대표 후보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짬을 내 동료 의원들을 만나는 식으로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는 거의 매일 표 계산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중진 의원은 “보통 자신을 찍어줄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은 동그라미, 부동층은 세모, 안 찍어줄 거 같은 의원들은 엑스 표로 분류해 설득 우선순위를 정한다”며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동그라미 세 개, 두 개, 한 개 이런 식으로 세분화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세모, 즉 부동층으로 분류된 의원들은 집중 공략 대상에 해당합니다. 한 초선 의원은 “예를 들어 엑스 표 세 개 의원으로 분류되면 후보들이 만나려는 시도도 안 할 텐데 나 같은 세모들은 모두의 공략 대상이라 피곤하다”고 곤란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간혹 후보들은 특정 계파에 속한 의원들을 ‘익명 투표’라는 점을 강조해 설득하기도 합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특정 계파에 속해 지지 후보가 확정적으로 보이는 의원들에게는 ‘어차피 익명이니 그냥 뽑아주면 안 되냐’고 읍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원내대표 선거에 비밀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원내대표를 지낸 한 중진 의원은 “당 소속 의원이 두 자리 수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표 계산이 쉬운 편”이라며 “표 계산의 정확성을 위해 다른 후보 캠프와 대차 대조해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누가 거짓말을 한 것 같은지 심증이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한 중진 의원은 “중앙당 원내대표는 선거는 아니지만, 과거에 시의회 원내대표 선거 투표장에서 어떤 시의원이 개표 직전에 ‘내가 당신 찍었다’고 생색을 냈는데 개표 해보니 달랑 1표가 나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며 “찍지도 않고 찍었다고 괜히 생색을 냈다가 우스워진 꼴이다. 익명이라고 마음대로 공수표를 뿌리고 다니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N수’는 기본···입병에 원형 탈모까지
이처럼 원내대표 선거가 치열하다 보니 ‘N수’는 기본입니다. 20대 국회에서만 2명의 원내대표가 재수생 출신입니다. 우선 2기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의원은 지난 2016년 당시 2차 결선 투표에서 7표 차로 우상호 전 의원에게 패배의 쓴맛을 경험하고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습니다. 이때 우 의원에게 7표 차로 석패 했던 홍영표 의원도 2018년 원내대표 선거에 재도전해 당선됐습니다. 전병헌·우윤근 전 원내대표도 재수 끝에 원내사령탑 자리에 오른 케이스입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도 지난 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에 밀려 고배를 마신 김태년 의원이 재도전에 나섰습니다.
N수까지 해서 원내사령탑 자리를 얻는다 해도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길은 험난하기 그지 없습니다. “제가 정말 한 달 동안 참고 참으면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부가 안정적으로 하려고 얘기를 해왔는데 (눈물을 닦으며) 자유한국당 너무하지 않습니까. 국민의당에도 섭섭합니다.”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을 전담했던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합의가 결렬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울분을 터트렸습니다.우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서 감정이 북받쳐오는 듯 눈시울이 불거져 손으로 눈가를 훔쳤고, 떨리는 목소리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겪는 심적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홍영표 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홍 전 원내대표는 임기 동안 대야 협상에 더해 당내 의원들을 설득, 단속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은 원내대표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은행특례법 처리 과정에서는 당내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큰 힘을 썼고,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 등으로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에 입병까지 얻었습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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