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태년, 전해철, 정성호 의원(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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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원내대표 후보 세 사람이 생각하는 ‘개헌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180석의 힘을 가진 슈퍼 여당에서 개헌 논의가 잦아들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여권에선 “지금부터 향후 1년이 개헌 골든타임”(정세균 국무총리)이란 인식이 있는 만큼 새 원내대표가 임기 1년 동안 개헌 논의를 주도할 사령탑이 될 수도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태년(4선)ㆍ전해철(3선)ㆍ정성호(4선) 의원(이상 기호순)은 대체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후보는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이다. 정 의원은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올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난 후 국회에서 개헌 특위를 만들어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기극복 이후에 개헌 논의가 진행돼야 된다고 보고 그때 또 저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단순히 중임제 개헌만 가지고는 안 되고,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충분한 견제와 균형을 이뤄낼 수 있는 제재적인 방향도 만들어야 한다. 경제 관련 헌법 조항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문(친문재인) 직계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전 의원은 지난 28일 원내대표 출마선언 회견에서 개헌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저도 20대 때는 개헌 이야기를 했지만 이런 정치적 의제는 당장의 경제위기 극복에 불요불급한 게 아니라면 순서상 뒤에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개헌을 지금 공론화한다고 통과시키기도 어려운데 논쟁거리만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1기 위원으로도 활동할 당시 “권력구조 개편에 국한되지 않고 광의의 개헌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경제정의가 포함돼야 한다” 등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태년 의원은 정 의원만큼 적극적이진 않지만 전 의원보다는 개헌 필요성에 더욱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당장 개헌을 이야기해서 정쟁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언젠가는 해야 할 것”이라며 말했다.
이익 공유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목소리도 냈다. 김 의원은 지난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로 인한 변화 속에 이익을 보는 곳과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 이익을 공유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익 공유제는 토지의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과 함께 여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개헌안 중 하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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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애기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친문 성향이 강할수록 개헌론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비주류로 분류될수록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 이슈는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어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친문일수록 지금 당장 개헌론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선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여야 국회의원 148명이 발의한 ‘국민 발안 개헌안’ 의결을 위해 내달 8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 발안 개헌안은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원포인트 헌법 개정안이다. 이 개헌안은 지난 3월 10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고됐고, 헌법은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새벽 국회 본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발안 개헌안은 5월 9일이 데드라인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처리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라며 “그때쯤 맞춰 본회의를 열어서 남은 법안도 처리하자고 통합당에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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