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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코로나 대응 속도전…재난지원금 추경 14일만에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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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5일까지 전국민 지원금 지급…기간산업안정기금 설치법도 통과

n번방 방지법 등도 처리…21대 국회, 초반부터 3차 추경 논쟁 예상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이은정 홍규빈 기자 =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출 2주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서며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최소한 필요조건은 충족하게 됐다.

제출 12일만에 본회의를 통과한 1차 추경보다는 이틀이 더 걸렸지만 지난해 추경(99일), 2018년 추경(45일), 2017년 추경(45일) 등 과거 추경 처리 기간과 비교하면 일사천리다.

2차 추경 국회 통과로 다음달 15일 전까지 전국민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게 됐다.

이번 추경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라 심의 기간이 짧았던 영향도 있지만, 여야 모두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으로 더욱 속도를 내 비교적 빠르게 처리됐다.

4·15 총선 직후 곧바로 이례적으로 국회 소집에 합의할 정도로 비상 시국이라는 데에 여야의 인식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추경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밝힌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근거를 마련한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경제의 핵심인 기간산업에 대한 안전 장치를 마련해 코로나19 경제위기의 파고를 막을 방파제의 밑돌은 일단 놓은 셈이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초읽기'의 상황에서 여야가 오래 시간을 끌지 않고 전격 합의해 추경과 핵심 입법을 처리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초반 여야정의 지지부진한 줄다리기가 없었다면 더욱 신속한 처리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민 대상 확대에 따른 재정악화 우려 뿐 아니라 소득 상위 계층에게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 형식으로 재정을 충당한다는 보완책을 놓고도 사실상 '조삼모사'에 불과한 일종의 전시행정 아니냐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애초 정부는 소득 하위 50%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안을 마련했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늘렸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전국민 100% 지급 방침을 고수해 당정간 갈등이 빚어졌다.

총선 기간 1인당 50만원 지원 등 전국민 지급 공약을 내걸었던 미래통합당은 선거가 끝나자 입장을 바꿔 70% 지급을 주장하며 정부와 발을 맞췄고, 여당과 정부·야당이 대립하는 흔치 않은 광경이 등장했다.

결국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재에 나서 '전국민 지급 후 자발적 기부 독려' 방안을 마련하면서 정부가 두손을 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끝까지 70% 지급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의 강경한 100% 지급 입장에 뜻을 꺾었다.

통합당도 당정 절충안이 나온 뒤 민주당이 파상공세를 퍼붓자 100% 지급에 합의했다. '야당의 발목잡기로 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비교적 빠른 처리였지만 졸속 심사 논란이 다시 반복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시간에 쫓겨 일정을 잡으면서 일부 상임위원회는 추경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예결위 심사가 진행됐다. 뭉텅뭉텅 예산을 자른 1조2천억원의 세출 조정은 예결위 간사 간에 '깜깜이'로 진행됐다.

이날 정부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까지 통과되면서 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자발적 기부를 통한 재정 절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관철했다.

국회가 오랜만에 '제 할일'을 한만큼,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하는 일은 정부와 여당의 숙제가 됐다.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 기부 참여 독려도 과제다.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고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으니 이제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이날 추경과 산은법 등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안건 처리 이외에 시급한 민생 현안과 관련된 입법도 일부 이뤘다.

특히 온 사회를 분노케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3개 법안이 처리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형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에 따라 불법 성적 촬영물 소지자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범, 강간 예비·음모자 처벌이 가능해졌다.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기준은 13세에서 16세로 상향됐고 성범죄자 신상공개도 확대됐다.

국회는 다음 달 초 본회의를 한번 더 열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마지막일 가능성이 큰 다음 본회의에서 일부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1만건 넘는 법안이 본회의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도 개원하자마자 산더미 같은 숙제를 받아들 전망이다. 특히 2차 추경을 처리하자마자 정부가 3차 추경안 제출을 예고해 21대 국회에서는 초반부터 재정건전성을 비롯한 추경 논쟁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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