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보여주마" 유명 40대 강사, 수험생 수차례 폭행

검찰 구형한 벌금형보다 훨씬 센 징역형 선고에 법정구속까지

경찰 수험생을 가르치는 40대 유명강사가 ‘데이트폭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연인 관계였던 수강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그는 약혼녀가 있으면서 이를 숨기고 수강생과 연인관계를 지속했으며, 법정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보다 더 높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29일 상해, 폭행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 부장판사는 “실형을 선고하는 입장에서 도주 우려가 있으며, 아직도 범행을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 법정구속 이유를 밝혔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4월 A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한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벌금형 선고로 끝내기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법원은 직권으로 A씨를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세계일보 자료 그래픽

경찰공무원 시험 대비 강사로 이름을 알린 A씨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수험생이자 연인 관계였던 B씨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와 가까워진 뒤 다툼이 생기자 뺨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끈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애정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주먹으로 가슴 부위를 수회 때리고 B씨의 정수리 부위를 깨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와 연인관계가 아니었고, 폭행도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결심공판에서도 징역형 대신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 구형량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했다.

박 부장판사는 “A씨는 범행을 저지른 적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면서 “목격자나 피해자 진술,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에 의하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B씨와 교제하던 상당 기간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뻑하면 심한 욕설과 손찌검 등 폭력을 행사하고 상해까지 입게 했다”며 “심지어 ‘데이트폭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위협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애정을 빌미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은 엄연한 범죄”라며 “사랑싸움으로 치부되는 사회적 인식과 허술한 법 제도 속에서 안타까운 피해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남녀사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A씨는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박 부장판사의 말을 끊으며 “정말 아닙니다”를 외쳤다. 실형이 선고된 뒤에도 “정말 오해다”, “밀친 정도지 때린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박 부장판사는 “A씨는 약혼녀까지 있으면서 이를 숨긴 채 피해자와 연인관계를 지속하며 데이트폭력을 행사했다”며 “자신의 분노조절 장애를 치료하는 자세를 보이기보다 오히려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경찰 수험생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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