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양정숙 당선인 사퇴해야”… 부실 공천심사 시인

“민주당 돌아가 거취 정하겠다”던 양 당선인 ‘퇴로’ 차단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당선인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고 제명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양 당선인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으로 돌아간 뒤 민주당 지도부와 의논해 거취를 정하겠다”고 한 양 당선인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더불어시민당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 연합뉴스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양 당선인에 대한 비례대표 후보 검증 과정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양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은 어느 하나 제대로 해명되고 있지 않다”며 “본인 스스로 당선인 신분에서 사퇴하는 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비록 양 당선인은 시민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그에 대한 최초의 검증 작업은 민주당이 담당했다. 송 대변인은 바로 이 점을 들어 “사과드리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만 4·15총선 전에 이미 양 당선인의 재산 증식 경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음에도 당선 확정 결과까지 나온 마당에 이제 와서 ‘제명’, ‘사과’ 운운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자기네가 공천한 후보가 당선되니 뒤늦게 제명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라고 꼬집는다.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대변인은 “첫 보도가 난 후 시민당이 자체적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총선 전 한두 차례 사퇴 권고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천을 철회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미 그때는 명단을 제출한 다음이라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송 대변인은 “다음부터라도 비례대표 후보 검증에서 굉장히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자성을 당 내부에서 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4·15총선 비례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자질 검증이 매우 부실했음을 시인했다.

한편 양 당선인은 시민당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진 직후 민주당·시민당이 합당하면 민주당으로 돌아가 민주당 지도부와 의논해 ‘거취’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대변인조차 ‘당선인 사퇴’를 촉구한 만큼 “퇴로가 차단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만약 양 당선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다면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순번 18번으로 아깝게 당선권에서 벗어난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이 당선인 지위를 승계해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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