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동통신 3사, 유니온페이, 텐센트 등 금융·IT 기업 참여
클라우드·데이터 베이스 최저가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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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직접 제공에 나섰다.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라는 플랫폼을 통해 제2의 인터넷을 만들고, 블록체인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 비용 연 30만 원으로 낮춘다···해외 프로젝트에도 리소스 지원
이달 25일 중국 국가정보센터(SIC)는 중국 외 국가에서도 BSN에 접속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내 400개 기업과 600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SIC는 중국 정부 기관으로 데이터 자원을 개발하고,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 국무원→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SIC'로 이어지는 구조다. 민간에서는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유니온페이 △위뱅크(텐센트인터넷은행) △후오비차이나 등이 BSN에 참여한다.
BSN은 여러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여러 블록체인을 한 곳에 모아 제공하는 포털에 가깝다. BSN은 백서에서 "우리는 인터넷의 이념을 계승한다"며 "인터넷이 TCP/IP 프로토콜을 이용해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는 것처럼, BSN도 각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수 있도록 돕는게 BSN의 목표다. 백서에서는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 비용을 1년에 2,000~3,000위안(약 34만~51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BSN은 중국 이동통신 3사와 함께 각 도시 전역에 '공공노드'를 설치했다. 공공노드는 일종의 데이터 및 클라우드 센터다. 공공노드를 통해 개발자에게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데이터 자원을 지원해 준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클라우드 상품을 구매하거나, 자체 데이터 센터를 설립할 필요도 없어진다.
현재는 중국 전역에 총 100여 개의 공공노드가 설치돼 있다. BSN은 2020년 말에는 공공노드 수가 2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해외 도시에도 공공노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더리움·이오스도 지원한다···포스트 이더리움 만들기 전략?
BSN은 퍼블릭과 프라이빗 체인 두 가지 형태의 블록체인을 모두 제공한다. 프라이빗 체인으로는 △IBM의 하이퍼렛저 페브릭 △화웨이와 텐센트가 공동 개발한 피스코 비코스(FISCO BCOS) △크립테이브의 시타(CITA) △바이두 슈퍼체인(XuperChain) △우통체인(Wutongchain)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 없이 운영되는 '무(無)코인' 블록체인이다.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 발행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BSN은 이례적으로 '유(有)코인' 블록체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더리움(ETH)과 이오스(EOS)를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포스트 이더리움'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이더리움과 이오스를 BSN에 추가했다고 보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오마르 오즈덴(Omer Ozden) 록트리캐피털 의장은 "중국 정부가 퍼블릭체인을 지원하는 데는 이 기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이 깔려 있을 것"이라며 "만약 BSN이 성공할 경우 중국 자체 이더리움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보인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일대일로' 야망 드러낸 중국···기업 "BSN은 사업상 기회"
중국은 BSN을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 이는 BSN 백서에서도 드러난다. 백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일대일로'를 포함해 다국적 협업, 무역, 금융서비스, 프로젝트 관리,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BSN이 글로벌하게 성장한다면, 이는 중국이 스스로 혁신하고 관리하는 최초의 글로벌 인프라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오는 2049년까지 총 35년간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주변국과의 무역을 확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BSN이 해외 프로젝트에도 값싼 자원을 공급해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대한 많은 해외 프로젝트를 확보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각지에 공공노드 설치를 확대하는 게 BSN의 단기 목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도 중국은 주변국에 인프라를 제공하고, 향후 무역을 통해 경제적 이점을 회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경우 데이터 등에 대한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BSN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중국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 많고, BSN을 사용하면 정부와의 협력 기회 등 이점을 얻을 수 있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4억 인구의 중국은 블록체인에 있어서도 굉장히 큰 시장"이라며 "BSN을 사용한다면 중국 진출에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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