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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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압승했지만, 부산 김영춘과 대구 김부겸은 낙선했다. 지난 총선에서 둘의 당선이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이었던 만큼 둘의 낙선은 ‘지역주의 부활’로 받아들여질 만했다. 하지만 김영춘 의원은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부산은 대구와 달랐다. 내 자만심 때문에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고 했다. 지난해 도전 의사를 밝힌 대선 출마에 대해서도 “낙선으로 세게 태클이 들어온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 “코로나 방역 덕분에 승리…겸손해야”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이유로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을 꼽았다. ‘주류 교체의 신호’, ‘탄핵에 대한 완결적 심판’ 등 일각의 평가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과도한 주관적 해석”이라며 “선거일 두 달 전만 해도 수도권조차 힘들다고 했다. 두 달 새 갑자기 진보층이 늘어난 게 아니다. 정당에 구애받지 않는 합리적인 독립 투표층이 늘어났고, 민주당이 그들의 마음을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만하게 보이는 순간 그들이 등을 돌리고, 그러면 한순간에 ‘훅’ 가는 것”이라며 “오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전 부산에서 5석을 얻은 민주당이 이번엔 3석에 그치자 ‘지역주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대구와 달리 부산·경남 유권자들은 전국 흐름에 동조가 된다. 문재인 정부가 잘한다면 표를 줄 수 있는 유동적인 중도층이 많이 늘었다.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 득표율도 20대 총선 때는 40%가 안 됐지만 지금은 43%까지 나왔다. 지역경제가 어려워 부산 민심이 여권에 등 돌린 건 지역주의 부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지역 민심”이라고 말했다.
■ 대권, 당권, 보궐선거…모두 손사래
민주당 안에선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부산이 지역구인 3선의 그를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한다. 실제 그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에 나와 “통일선진강국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대선 도전 선언은 유효하지만 세게 태클이 걸린 상황”이라며 낙선으로 상황이 어려워졌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호흡을 좀 고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이겨야 할 선거를 져놓고 당대표 선거에 도전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 차분하게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오거돈 시장이 성추행으로 사퇴한 뒤 공석이 된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선거만 있으면 무조건 출마하는 게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는) 제 호흡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말을 드리는 것조차 죄스럽다. 지금은 부산시민들에게 사죄할 때”라고 했다. ‘당이 부산시장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라면서도 “제2도시의 시장 선거에 집권당이 공천을 안 한다는 건 쉽게 말하기 어렵다. 내년쯤 민심을 들어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요즘 민주당 안팎에선 ‘첫 과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말이 돌고 있다. 김 의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마지막 사무총장으로서 열린우리당 문을 닫았다. 이후 열린우리당 실패에 책임을 지고 2008년 18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그는 ‘민주당이 180석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코로나 위기와 이후 다가올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달라는 국민 요구에 응답하고, 이후 경제체제 혁신까지 완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180석 여당의 힘이 커 보여도 여론이 등 돌리기 시작하면 무력해진다. 의욕만 앞서 이것저것 건드리기만 하고 의원들이 개인플레이를 하다가 성과를 만들어낼 추진력을 잃으면 당이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김원철 황금비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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