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 시장 사퇴로 내년 4월 7일 시장 보궐선거
선거비용 150억~160억원 추산, 추경에서 확보
“사퇴 사태 없었으면 안 들어도 될 예산” 지적
지난 23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사퇴 기자회견할 당시 오거돈 전 시장.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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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하면서 2021년 4월 7일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160억원이라는 선거비용이 투입될 전망이다. 2022년 6월 치러질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실시되는 보궐선거여서 임기 1년짜리 새 시장을 뽑는데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셈이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내년 4월 7일 실시될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150억~160억원 정도 선거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사퇴 등의 사유로 시도지사·광역 단체장 등의 자리가 비게 되면 매년 4월 첫 번째 수요일에 보궐선거가 열린다.
지방선거는 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하게 돼 있다는 공직선거법 277조(선거관리경비) 규정에 따라 이 비용은 부산시가 부담해야 한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하지 않았다면 들지 않아도 될 예산이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사퇴하지 않았으면 보궐선거에 거액의 선거비용이 들지 않을 텐데, 시민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헛돈을 쓰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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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규정에 따라 보궐선거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집행할 예산을 오는 11월 7일까지 선관위에 선납해야 한다. 선관위가 집행하는 선거비용은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선관위에 납부해야 한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오는 7월께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선거비용을 확보할 예정이다.
부산시가 보궐선거에 150억~16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8년 6월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부산시는 선관위 집행분 131억원과 자체 집행분 등 총 196억원의 선거비용을 썼다. 사전투표소와 본 투표소·개표소 설치·운영 등에 든 예산이다. 실제 지난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부산시는 사전투표소 205개소, 본 투표소 912개소, 개표소 16개소를 설치하고 투·개표소 운영에 1만4100여명의 인력을 동원했다.
내년 4월 시장 보궐선거만 치러지지만, 단체장·의원 등을 뽑은 2018년 6월 제7회 동시 지방선거 때와 비슷한 규모의 투·개표소 운영과 인력을 동원해야 하고 물가·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적어도 150억원 이상 들 것이라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부산시 선관위는 제7회 동시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에서 131억원, 16개 구·군에서 164억원, 교육청에서 100억원 등 총 395억원의 선거관리비용을 지원받아 집행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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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시장이 사퇴했지만, 오 전 시장이 당선되면서 100% 보전받은 선거비용 11억3800만원을 반환받을 방법도 없다. 공직선거법 263~265조 규정에 따라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당선 무효가 될 경우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고 돼 있어서다. 즉 성추행이 선거범죄가 아니어서 오 전 시장은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되면서 미래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피해자와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오 전 시장의 제명을 의결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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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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