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당선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 3채와 건물을 포함해 모두 5채의 부동산을 신고했는데 일부 부동산의 취득 과정에서 동생의 명의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명의신탁은 과거 탈세나 규제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됐으나 1995년 제정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로 금지됐다. 부동산 실명제가 시행된 지 15년이나 지나 이제 명의신탁이 불법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변호사인 양 당선인이 이를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시민당은 총선 전에도 후보 사퇴를 권고했지만, 양 당선인은 의혹을 부인하며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시민당은 불성실한 소명과 자료 제출 회피, 가족 간 입 맞추기로 강제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양 당선인은 윤리위에 참석한 후 "2005년 증여받은 부동산으로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 다 소명했다"면서 합당 후 민주당으로 돌아가 사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당장 사퇴 권고를 수용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행적만으로도 양 당선인이 과연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등을 지낸 양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선관위에 약 92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역시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으나 순번(19번)이 밀려 낙선한 4년 전의 제20대 총선 때보다 43억원이나 늘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고려하더라도 재산이 연평균 10억원 이상씩 늘어난 것이나 서민의 위화감을 자극하는 고가의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지난 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된 지 불과 한달여만에 위원직을 돌연 사퇴하고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시민당 최고위가 양 당선인을 최종적으로 제명하더라도 그는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나오지 않는 한 다음 달 30일 제21대 국회 개원까지는 당선인, 그 이후에는 국회의원으로 별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에는 형 확정에 1~2년이 걸릴 수도 있다. 시민당은 양 당선인이 재산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허탈감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양 당선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그가 시민당에 입당한 것은 이 당의 정치적 지향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기 위해서일 터인 만큼 자신이 되레 걸림돌이 된다면 제명 이전에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자숙하는 것이 옳다. 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고,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할 정도로 책임이 무거운 인권위 위원직을 정계 입문을 위한 '스펙용'으로 소비하는 인물을 국민이 자신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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