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끝내 거부하면 국회의원직 수행 못 막아
시민당은 28일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명의신탁 등 재산 증식 과정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양 당선인을 제명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시민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회의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 연합뉴스 |
변호사 출신인 양 당선인은 4·15 총선에 출마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약 92억원 규모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4년 전과 비교해 43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재산 증식 과정에서 양 당선인이 가족 명의를 도용하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양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재산 증식 내역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그간 불거진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민주당과 시민당이 합당하면 민주당으로 돌아가 민주당 지도부와 의논한 뒤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던 양 당선인은 이번 4·15총선에서 민주당이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비례대표 전용 정당인 시민당을 창당하면서 시민당으로 옮겼다.
앞서 시민당 지도부는 양 당선인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 17명을 배출한 시민당은 아깝게 당선권에서 벗어난 18번 순번 후보가 양 당선인의 후임자로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양 당선인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제명을 단행하면 양 당선인은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남게 된다. 시민당의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이뤄져 양 당선인이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그 시점은 한참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합당을 앞둔 민주당·시민당 입장에선 골칫거리를 안게 된 셈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연합뉴스 |
한편 시민당이 속전속결로 양 당선인을 제명키로 한 것과 관련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파문 직후 또 악재가 터지면서 자칫 여권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시민당은 4·15총선에서 합계 18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둔 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현직 의원 및 당선인 전원에게 ‘언행 조심’을 각별히 당부한 마당에 이런 일이 연달아 벌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한 모습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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