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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7년 만에 공채 발행 준비"…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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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한 노동신문이 28일 1면에 공개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모습. 북한은 지난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에서는 올해 보건부문 투자를 지난해보다 7.4% 늘려 잡고,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최우선 목표 중 하나임을 명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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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공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공채 발행은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가 여전히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가 요구하는 개혁과 투명성 등의 조치를 행할 의지가 없음을 나타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위해 긴급 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북한은 공채 발행으로 국내에 유통 중인 외화를 흡수하는 궁여지책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은 27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경제를 벼랑으로 내몰았다’는 제목의 글에서 “전 세계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북한 경제를 봉쇄시키면서 북한이 17년만에 처음으로 공채를 발행할 예정”이라면서 “이 위기는 수십년에 걸쳐 북한이 스스로 초래한 고립과 최근 국제 제재로 인한 재정적 취약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3년 ‘인민생활공체’라는 이름으로 공채를 발행한 바 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이달 초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외화난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17년 만에 처음으로 공채 발행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번 회장은 북한의 공채 발행 목적이 국내에 유통 중인 외화를 흡수하는 것이며 대부분은 국영기업들에게 할당되겠지만 40%는 북한 내 신흥 자본가인 ‘돈주’들에게 배정될 것으로 보도됐다면서, 돈주들로서는 사업권을 유지하기 위해 물며 겨자먹기로 공채를 매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번 회장은 북한이 외화난을 극복하기 위해 IMF의 문을 두드렸다가 실패했던 과거 사례를 거론하면서 북한으로선 국제사회에 기대하는 것이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번 회장은 “극심한 기근에 시달렸던 1997년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탐색하며 IMF에 접근했다”면서 “그해 9월 IMF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고문이 이끄는 팀이 평양에 들어가 실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IMF 실사팀은 “경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북한 당국은 IMF가 요구한 투명성 수준에 망설였고 결국 대화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IMF가 요구하는 투명성에 대한 북한의 거부는 차치하고 국제 제재 때문에 IMF 가입 자체가 원천 봉쇄된 것이다. 번 회장은 “북한이 IMF에 가입하려면 실질적인 비토권을 가진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이 필수적”이라면서 러시아 사례를 예로 들었다. 1980년대 말 소련의 미하일 코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IMF 가입을 추진했고,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녀진 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IMF가 소련에 대해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결국 소련이 붕괴되고 6개월 뒤인 1992년 6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러시아를 IMF에 가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번 회장은 북한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희망이 부상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김 위원장이 북한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을 것이란 기대를 접게 했다고 지적했다.

번 회장은 “중국 공산당은 1978년, 베트남 공산당은 1986년 개방과 개혁이 그들의 경제를 궁핍으로부터 끌어올리고 정치적 안정을 위한 전망을 개선시키기 위해 필수적임을 인정했다”면서 북한의 개혁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번 회장은 “암울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면 바이러스 대유행은 북한으로 하여금 그들이 더이상 유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음을 깨닫게 하고 개방과 개혁을 받아들이며, 국제사회와의 관여를 재고하도록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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