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오 전 시장 사퇴 발표 회견 직전 사건 인지 / 통합당, 성추행 사건 처리 맡은 오 전 시장 측근 직전 靑 행정관 / ‘2차 피해’ 막으면서 이번 사건 진실 철저히 가려내 단죄…유사한 사건 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면 당은 사과하고 제명하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마당에 사례 하나가 또 추가되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으로 더욱더 무겁고 깊게 관심을 둬야 할 문제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으면서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가려내 단죄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에 따라 부산경찰청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를 규명하는 데 진력하고 그의 다른 성추행 의혹 사건도 공들여 확인해야 할 것이다.
통합당은 성추행 사건 처리를 맡은 오 전 시장의 측근이 직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다며 의심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 전 시장의 사퇴 발표 회견 직전에야 사건을 인지했다고 해명하고 있어 정치적 공방은 지속할 전망이다.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승강기에 탑승하자 직원들이 오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임채균 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윤리심판원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안이 중차대하고 본인도 시인하고 있어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단 이유에 대해선 "사안의 성격상 피해자 보호도 있어서 구체적인 경위는 말할 수 없고, 제명할 사안으로 봤다"고만 말했다.
오 전 시장의 소명자료 제출 등에 대해선 "소명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소명을) 포기한 것"이라며 "(현장조사도) 나름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순간부터 오 전 시장은 민주당원이 아닌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예"라고 답변했다.
이날 윤리심판원은 재적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해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제명을 결정했다. 이는 심판원이 결정하는 가장 무거운 징계 수준이다.
징계의 종류로는 경고, 당직자격정지, 당원자격정지, 제명이 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최근 시장 집무실에서 한 여성 공무원과 면담하다가 해당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진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23일 사퇴했다.
피해 여성은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찾아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고, 오 전 시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해찬 “다시 한 번 심려 끼쳐드려 죄송…성추문 관련 문제만큼은 무관용으로 임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7일 이번 사안에 대해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이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당 대표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 소식을 듣고 놀랍고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이 일은 공당의 공직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성추문 관련 문제만큼은 무관용으로 임했으며 앞으로도 이 원칙을 변함없이 지켜나가겠다"며 "당 윤리심판원은 일벌백계 징계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출직 당직자, 고위당직자에 대한 성인지 교육을 체계화하고, 제도화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통합당 “당청, 오거돈 성추행 사건 총선 전 몰랐다는 사실 믿을 수 없다”
미래통합당은 최근 28일 '더불어민주당 인사 성범죄 규명'을 위한 첫 회의를 연다.
곽상도 통합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성추문 진상조사단'(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 등에 대해 당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선다.
통합당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4·15 총선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 직전 부산시장이 사퇴를 약속하는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청와대와 민주당이 몰랐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전경.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
통합당은 박 시장 비서실 직원이 총선 전날인 지난 14일 동료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과 김남국 민주당 당선인이 과거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동료 출연자에게 동조한 대목도 문제삼고 있다.
진상조사단에는 곽 의원과 김도읍 의원을 비롯해 김웅·유상범 당선인 등 검찰 출신 인사와 김미애·황보승희 당선인 등 여성 정치인이 이름을 올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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