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광주 법원 출석 / “군인이 그런 무모한 짓 했겠느냐” / 헬기 관련 부분은 단호하게 부인 / 법정 주변 5월 단체들 피켓 시위 / ‘全 치욕 동상’ 설치 퍼포먼스도
27일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전두환(89)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다며 헬기 기총 사격을 전면 부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자 법원 청사로 이동하면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전씨는 이날 오후 2시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전씨는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낭독 후 판사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을 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며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헬기 사격수인 중위나 대위가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과 관련해 27일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가자 오월 어머니회원들이 법원 입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그는 다만, 검찰이 선교사 피터슨 목사가 헬기 사격과 관련한 사진을 제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고 인상만 찌푸렸다.
전씨는 재판 중에 판사나 검사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난해 3월 재판 때처럼 헬기 사격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1995년 검찰 조사와 5·18 당시 광주에 출동한 군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 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열리는 2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5·18유족들이 전씨의 출석을 앞두고 이른바 '전두환 치욕 동상'을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과 관련해 27일 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가자 광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법원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1995년 검찰 스스로 헬기 사격은 사실이 아니다고 결정해놓고서 한마디 해명도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것은 자기모순이다. 시류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당시 검찰 결정문을 보면 헬기 사격 주장이 있었지만 사상자를 발견하지 못해 내란 범죄로 기소하지 못했다”며 “기존 검찰 결정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경호원 부축 받으며 법정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가운데)이 2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 출석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
앞서 전씨는 법정에서 청각 보조장치를 한 채 부인 이순자씨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응했다. 재판 내내 전씨가 팔짱을 긴 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자 방청객이 ‘전두환 살인마’라고 고함을 질렀다.
재개된 재판에서 한 방청객이 “그럼 광주시민을 누가 죽였습니까? 공수부대가 죽였잖아! 저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라고 소리치다 퇴정당하기도 했다.
전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밖에선 전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5월 단체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5월단체는 죄수복을 입은 전씨가 무릎을 꿇고 사슬에 묶여 있는 ‘전두환 치욕 동상’을 법원 정문 앞에 설치했다.
재판이 오후 5시22분 마무리된 후 전씨 부부는 이들 단체와 광주시민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으며 승용차에 타고 법원을 떠났다.
사자명예훼손 재판 마치고 귀가 전두환 전 대통령(가운데)과 부인 이순자씨(오른쪽 두번째)가 2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마친 뒤 경호원들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 광주=뉴스1 |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파렴치한 거짓말이다’고 주장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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