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전두환 광주지법 출석···재판 중 졸다가 ‘헬기사격 부인’ 땐 또렷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두환 광주지법 출석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뻔뻔한 눈빛·한맺힌 눈물 전두환씨와 부인 이순자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위 사진). 이날 광주지법 앞에는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경찰에 둘러싸여 몸싸움을 벌였다. 전씨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창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광주의 법정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89)은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하는 대신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전씨 측은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부 세력의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2018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국가기관이 확인한 사실을 모두 부정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그동안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전씨는 법정에서 비교적 또렷하게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러한 무모한 짓(헬기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하지 않았음을 나는 지금도 믿는다”고 했다.

국방부·국과수가 밝힌 사건

“역사 왜곡하는 일부의 주장”

“책임 없나” 질문에 묵묵무답


하지만 한 차례 휴정을 하는 등 3시간20여분 동안 재판이 이어지자 전씨는 고개를 떨구며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하면 휴정하겠다. 피고인도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판을 지켜본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씨 측이 객관적 사실로는 헬기사격을 부정할 수 없게 되자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책임을 합리화하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뻔뻔하고 가소로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다. 전씨가 이날 낮 12시20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하자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회 회원 등 5·18피해자와 가족 20여명이 “전두환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씨는 정장에 마스크를 한 채 경찰이 미리 설치한 철제 울타리를 따라 수행원의 손을 잡고 10여m 떨어진 법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부인 이순자씨도 뒤를 따랐다.

전씨는 취재진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책임지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법원 앞에서 5·18단체 집회

“잘못했다 한마디면 되는데…

전씨 거짓인생 오히려 불쌍”


법원 정문 앞에 설치된 ‘전두환 단죄동상’ 옆에서도 전씨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오월잇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위원회’ 등은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의 구속 재판을 촉구했다. 시민 80여명도 단죄동상 앞에 준비된 ‘공기망치’로 머리를 때리며 전씨에 대한 분한 감정을 표시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5·18단체 회원들과 시민 등 200여명은 법정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자유발언에 이어 ‘님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며 ‘전두환 구속재판’ 등의 구호를 외쳤다. 5·18부상자회 회원 남민아씨(62)는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광주시민들이 용서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온다”면서 “전씨의 거짓일생이 오히려 불쌍하다”고 말했다.

이날 보수성향 단체 회원 일부가 법원 앞에서 전 전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5·18폄훼발언을 했다가 잠시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법원 안팎 곳곳에 철제 울타리와 경찰력 1000여명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강현석·배명재 기자 kaja@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