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재판받는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서 시위
유족회 일부 "전씨 얼굴이라도 보련다"…경찰과 몸싸움
'우리는 사죄를 받으러 왔다'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 27일 광주지법에서는 5·18 관련자들의 40년 묵은 울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5·18단체를 비롯한 시민·대학생 단체 소속 회원 100여명은 전씨 재판이 시작된 이날 오후 2시부터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 모여 전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40년이 되도록 왜곡과 폄훼가 계속되고 있다"며 "5·18이 승리의 역사가 되기 위해선 왜곡의 중심에 서 있는 전씨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참회 없는 전두환 5·18 영령 잠 못 든다'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제정하라' 등의 손팻말을 높이 들며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과 '5월의 노래'도 시위 도중 등장했다.
전씨가 탄 검은색 승합차가 법정동 앞에 나타나자 경찰은 법정동으로 출입하는 길을 둘러싸고 서로 팔짱을 교차하며 스크럼을 짰다.
지난해 전씨가 법정에 출석했을 당시 5·18 관계자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진 혼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마련한 대응책이었다.
법원 나서는 전두환·이순자 |
하얀 상복을 차려입은 유가족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여경들을 향해 "전두환 얼굴이라도 보려고 하는 건데 경찰이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가까이 전씨를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 법원 청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경찰의 제지로 주요 출입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전씨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를 찾은 유가족들은 겹겹이 쌓인 경찰 저지선이 미치지 못한 우회 길을 통해 도로로 진입하려고 하기도 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전씨는 경찰 병력의 호위 속에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법원을 나섰다.
해당 차량은 경찰이 교통을 통제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지만, 길목을 지키고 있던 5·18관계자가 전씨가 탄 차량에 계란을 던지며 분노를 표현했다.
전두환 호송 차량에 계란 투척 |
전씨가 탄 차량은 5·18단체의 항의 속에서도 경찰의 통제 아래 큰 정체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5·18단체 관계자는 "전두환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호의호식하고 있어 5·18 영령들에게 부끄럽다"며 "전씨가 5월 영령들에게 사죄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만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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