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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났습니다. 180대 103. 여당의 압도적 승리입니다. 집권 후반기. 눈은 다시 청와대로 쏠립니다.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총선 패배→청와대 책임론→당·청 갈등→대통령 레임덕으로 이어지던 과거 초식도, 적어도 현재로선 없을 걸로 보입니다. 대통령 지지율도 60%를 넘겼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힘을 쥐고 집권 후반기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 관심은 "이제 청와대는 뭘 할까"로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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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코로나…당장 조직 개편은 없다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현재 청와대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위기 대응입니다. 문 대통령은 총선 뒤 처음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부터 K-방역과 K-경제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2일 주재한 비상경제회의에선 10조 1천억 원 규모의 긴급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디지털 서비스·확장된 SOC·사회안전망 보안 등을 핵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펴겠다고 했습니다. 30조 원에 육박할 걸로 예상되는 3차 추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끝날 때까지 코로나19만 잘 대응해도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주는 발언입니다.
청와대는 현재 각 단위별로 국정과제를 재정비 중입니다. 취임 때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다시 분석·재편하는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새 목표를 만들겠단 취지인데, 관련 TF도 여럿 구성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외부 자문·전문가 그룹 인터뷰 등을 통해 심화 과정도 거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거의 매일 밤을 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마련될 새 구상은 문 대통령 취임 3주년에 맞춰 발표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연스럽게 개각이나 청와대 조직개편도 당장은 없을 걸로 예상됩니다. 새 국정 목표가 어떻게 짜일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서진과 내각부터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청와대가 개각이나 조직개편을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조직개편이 필요하단 보고서가 작성될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여러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논의 끝에 일단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인사 문제로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단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을 걸로 보입니다.
● 새 경찰개혁법·국정원법 추진 가능성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과 중 하나로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 법안 통과를 꼽았을 만큼,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합니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문 대통령이 법안 통과 뒤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수고했다"고 격려를 할 정도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을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핵심 개혁법안 중 일부는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경찰개혁법과 국정원법이 대표적입니다. 법원행정처 폐지를 담은 법원조직법도 20대 의석수에 밀려 계류 중입니다.
국회 지형이 바뀌면서, 상황은 청와대에 유리해졌습니다.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법안 통과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실 내 관련 비서관실은 바삐 돌아가고 있습니다.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더해 현재 계류 중인 법안보다 개혁 성향이 강화된, 혹은 애초 원안에 더 가까워진 새 법안이 제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정 협의 등 추가적 조치도 논의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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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념 논쟁 안 만들 것"…윤석열 총장 임기도 보장될 듯
총선 직후부터 청와대와 여당에서 반복적으로 발신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차지해 과반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입법을 밀어붙이면서 정쟁과 계파 갈등에 휘말렸습니다. 이어진 선거에서도 연패했습니다. 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 중 하나가 문 대통령입니다. 2020년 문 대통령에게 2004년 열린우리당은, 반면교사(反面敎師)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때처럼 하지 않겠단 기류가 곳곳에서 읽힙니다. 개헌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국민의 삶에 직결된 문제-앞서 언급한 코로나19 대응 같은-에 주력하겠다는 기조가 강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개헌 같은 문제는 적어도 청와대가 먼저 꺼낼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기 역시 '적어도 청와대는' 보장할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 총장을 경질해 쓸데없는 논란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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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관계, 올해 안에 모멘텀 만들어야"
오늘(27일)은 4·27 판문점선언 2주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남북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총선 뒤 처음으로 내놓은 대북 구상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주목할 발언을 추려봤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실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결코 우리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남북협력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협력 과제입니다."
"남과 북은 하나의 생명 공동체입니다. 남과 북이 함께 코로나 극복과 판문점 선언 이행에 속도를 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며, 상생 발전하는 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열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판문점 선언이 실천되지 못한 건 국제적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복기한 문 대통령은, 방역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단 구상을 밝혔습니다. 현실적 제약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고민의 결과입니다. 코로나 협력으로 남북관계 진전의 동력을 확보해보겠단 생각으로도 읽힙니다. 동해 북부선 연결 공사를 시작한 것도, 경의선 공사 재개까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제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올해 안에 남북 관계에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실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올 하반기엔 남북관계 전환점이 마련될 거란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나옵니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국제적 제약'도 연말엔 해소될 여지가 커 보입니다. 이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대응이 후반기 국정운영의 한 축이라면, 나머지 한 축은 남북관계가 될 거란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됩니다.
전병남 기자(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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