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보조장치 끼고 인정신문…방청석서 "살인마" 항의도
피의자 출석하는 전두환 |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 광주 재판에서도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씨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명확하게 표현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1시 57분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전씨는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재판에 참여했다.
그는 잘 들리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부인 이순자씨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물을 때는 잘 안 들린다며 이씨에게서 한 번 더 설명을 들었지만, 주소를 확인할 때는 맞는다고 답변했다.
인정신문을 마친 후부터는 눈을 감았지만, 재판장이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눈을 뜨며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신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고(故) 조비오 신부의 5·18 기간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영상·사진 자료를 제시할 때는 유심히 화면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재판 내내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이어 변호인이 "국방부 특조위가 말한 헬기 사격설은 사실이 아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부 세력의 무책임한 주장이다. 군이 광주시민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자 한 방청객이 "그럼 광주시민을 누가 죽였습니까?"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 방청객은 "공수부대가 죽였잖아! 저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라고 큰소리로 외쳤고 법정에서 퇴정당했다.
재판장은 법정 질서 유지를 당부하고 전씨 측에도 고령인 관계로 집중력이 떨어지면 휴정을 요청하라고 했다.
재판이 1시간 20분 이상 이어지자 변호인의 요청으로 10분간 휴정한 후 재판을 재개했다.
전두환 구속 촉구하는 오월 어머니들 |
재판 재개를 위해 전씨가 입장하자 5·18 피해자 유족 한 명이 "무슨 사격을 안 했다고…. 나는 내 자식을 22일 만에야 찾았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전씨는 이에 대해 특별히 반응하지는 않았으며, 재판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잠시 물을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이날 오후 5시 22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인정신문을 위해 지난해 한차례 재판에 출석한 이후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으나 재판장이 바뀌면서 공판 절차를 갱신하게 됐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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