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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연합시론] 오거돈 제명, 끝이 아니라 단죄와 재발방지 위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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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직원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제명을 결정했다. 그가 느닷없이 성추행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직을 내놓은 지 나흘만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당 윤리심판원이 최고 수위 징계에 만장일치로 뜻을 모은 건 당연한 처사다. 이해찬 대표가 피해자, 부산시민, 국민에게 당 대표 자격으로 사과한 것 역시 응당 뒤따라야 할 정치 행위로 받아들인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면 당은 사과하고 제명하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마당에 사례 하나가 또 추가되었다. 오 전 시장 제명 조처는 그러나 그와 민주당의 절연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더욱더 무겁고 깊게 관심을 둬야 할 문제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으면서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가려내 단죄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리라 믿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은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에 따라 부산경찰청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를 규명하는 데 진력하고 그의 다른 성추행 의혹 사건도 공들여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그러잖아도 필수불가결한 엄정 수사는 기본 중 기본임을 유념해야 한다. 오 전 시장의 사퇴를 공증한 곳이 '법무법인 부산'이어서 불거지는 여권 핵심부의 사전인지 의혹, 오 전 시장 측과 여권 핵심부 사이의 '총선 이후로 발표 시기 조율' 의혹은 또 다른 각도에서 지켜볼 사안이다. 미래통합당은 오 전 시장 측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와 함께 '총선 후 사과·사퇴'를 공증한 곳이 법무법인 부산인 점을 들어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법무법인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이 세우고 지금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로펌이다. 통합당은 성추행 사건 처리를 맡은 오 전 시장의 측근이 직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다며 의심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하지만 오 전 시장의 사퇴 발표 회견 직전에야 사건을 인지했다고 해명하고 있어 정치적 공방은 지속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이번 제명 결정으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 이상의 성찰과, 그것을 입증할 실천,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정책적 노력을 병행해야만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에 걸맞은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최고위원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당은 열린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남 최고위원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한 경우 재보선에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 규정에 이번 사건이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직자 평가 기준과 공천기준 강화, 윤리규범 점검 등 다른 대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선출직, 당직자, 고위 당직자에 대한 성인지 교육을 체계·의무화하는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이해찬 대표의 약속도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의회 차원에서도 여야는 속칭 'n번방' 방지법안 같은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입법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마땅하다. 정치권은 일이 터지고 나서야 항상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그건 사후약방문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애초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환경을 갖춰가는 것이다. 누구도 예외 없이 남성 중심의 비뚤어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성적 가치관을 가지는 것,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고려하는 것,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쉽게 배척하지 않는 태도 같은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가는 것이 요구된다. 인식 개선과 제도 혁신이 자전거의 두바퀴처럼 움직이지 않는 한 권력의 상하관계에서 계속 반복되는 성범죄를 포함한, 그 어떠한 성폭력 문제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임을 유의하면서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특단의 전환점으로 삼아 필요한 실천에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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