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3주 앞둔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 법정에 출두 예정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택을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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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전두환 전 대통령(89)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재판 출석을 위해 광주로 향했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3월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만이다.
27일 오전 8시25분께 전 전 대통령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섰다. 군청색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전 전 대통령은 부인 이순자(82) 여사와 함께 자신의 차량에 올랐다. 취재진 수십여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 등을 앓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부축을 받지 않고 직접 걷는 모습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자신의 회고록 '혼돈의 시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언급하며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이듬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열릴 재판에서는 재판장 변경에 따른 공판 절차 갱신과 피고인 신원 확인을 위한 인정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형사피고인은 신원확인을 위한 인정신문이 진행되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할 의무가 있다.
한편 이날 전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오전 7시부터 시위대들이 몰려들었다. 경찰은 경력 7개 중대 500여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5·18구속부상자회 등은 사저 좌측 편에서 '5·18발표 명령자 전두환 재수사'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위를 이어갔다. 사저 우측에서는 자유대한호국단 회원 수명이 확성기를 동원해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전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집회를 벌였다. 두 단체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날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 5·18 민주화운동 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돼 있던 전두환 동상을 광주지법 민원실 입구로 옮겨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한다. 전두환 동상은 12·12 군사반란 40주년을 맞아 지난 2019년 12월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제작했다. 이 동상은 수의를 입은 전 전 대통령 무릎을 꿇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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