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신부 “전두환, 이제라도 자신의 죄에 맞는 진정성 있는 사죄해야”
전두환씨가 27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차량에 오르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출석하고자 광주로 출발했다.
지난해 3월 11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25분쯤 부인 이순자(82) 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승용차에 곧바로 올라 광주로 떠났다.
전씨는 인정신문을 위해 지난해 한차례 재판에 출석한 이후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전씨가 광주에서 속개되는 재판에 출석하는 가운데 그의 사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는 "벌써 5·18이 40년이 흘렀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씻을 수 없는 죄가 있다. 전두환은 이제라도 자신의 죄에 맞는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이 재판은 단순히 조비오 신부님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판이 아니다.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80년 5월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며 5·18진상규명을 위한 재판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무조건 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가 광주와 오월영령들에게 망언을 내뱉고 온갖 핑계와 꼼수로 법정에 불출석하며 재판을 질질 끄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이 만약 진정으로 자신의 죄에 맞는 사죄를 한다면 국민들은 전두환 처벌에 대해서 목소리 높이기보다 '진정한 진상규명의 길이 열렸다'며 진실을 향해 마음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5·18 40주년을 맞아 전두환씨가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 관련 성명'을 통해 "역사의 죄인 전두환은 석고대죄하고 진실을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이 시장은 "1980년 5월, 무고한 광주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최초의 발포 명령자는 누구인가"라며 "우리는 아직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사죄와 반성을 모르는 후안무치의 전두환을 심판대에 다시 소환한 이유다"며 광주 재판의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5‧18진상규명은 해결해야 될 시대적 과제로 남아 있다"며 "5‧18정신 계승과 세계화는 5·18의 진실을 명명백백 밝혀냄과 동시에 오월역사를 왜곡·폄훼하는 세력들을 단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역사의 죄인 전두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1년 전처럼 오만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에 임한다면 오월영령과 광주시민을 모독한 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장은 "우리는 반드시 전두환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통해 정의로운 오월 역사를 바로 세우고 후대에 교훈을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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