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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은 전체가 극장" 영국학자, 춤·노래 통한 국가통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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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키스 하워드 신간 '위대한 지도자들을 위한 노래들' 소개

"3대째 예술로 사상통제…민요-가극-걸그룹 진화해도 본질 같아"

연합뉴스

피바다 가극단 중 순회공연 재개
북한 피바다 가극단 공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북한이 노래와 율동을 국가통치의 수단으로 삼는 방식과 그 역사를 다룬 서방 학자의 연구 서적이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키스 하워드 영국 런던 동양·아프리카 연구소 교수가 내놓은 신간 '위대한 지도자들을 위한 노래들: 북한 노래와 춤 속에 있는 사상과 창의성'을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북한 공연예술을 연구해온 하워드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 노래와 춤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이들이 북한 사상을 반영하고 강화하는 방식까지 탐구했다.

하워드 교수는 "북한은 영토 전체가 하나의 극장처럼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엄격히 단속하는 북한 체제를 고려할 때 수천 명이 똑같이 움직이는 매스게임부터 승인받은 노래만 배우는 학교까지 북한의 노래와 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선전도구라는 설명이다.

하워드 교수는 북한에서 음악과 춤을 통한 국가통제를 시작한 것은 김일성 주석의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남북한 분단 후 1948년 집권하자 예술 전통을 바꾸는 데 착수해 음악 연구가들을 시골로 보내 민요와 시를 채록했다.

김 주석은 남측이 아닌 북측의 노래를 우선시했고 정치적 목적에 맞게 가사를 바꾸고 사회주의 주제를 입혔다.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젊은 시절이던 1960년대 말에 예술 제작에 대한 권한을 이어받았다.

이 시기 북한에서는 북한 과거사를 회고하고 윤색하는 가극, 성악곡, 연극이 새로 제작돼 예술이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피바다', '꽃파는 처녀', '밀림아 이야기하라', '당의 참된 딸', '금강산의 노래' 등 이른바 5대 혁명가극이 이 시대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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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집단체조. 키스 하워드 교수는 북한의 집단체조가 전체주의 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 작품은 북한의 역사에 대한 재해석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이념과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찬양도 담고 있다.

하워드 교수는 "이들 작품에는 북한의 수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겼다"며 "조명과 줄거리가 계속 어둡다가 김일성이 승리하고 코리아를 재건했다는 마지막 10분 동안 모든 게 밝아진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계 최대의 스타디움인 5·1경기장에서 자주 공연되는 매스게임 등 고도의 안무가 필요한 집단체조를 크게 활성화했다.

하워드 교수는 북한의 집단체조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의 전체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훨씬 쉬울 수 있는 안무를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 한 명이 틀리면 모든 게 붕괴하도록 한다"고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7년 매스게임 제작자들에게 "한 명의 실수로 집단체조 공연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아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을 집단에 종속시키려고 총력을 다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워드 교수는 북한이 표현 창작물을 국가로서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사상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서 사람들이 국가가 허가한 것이 아닌 노래를 만든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국가가 유일한 음반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가 승인된 것이 아닌 것으로 하는 공연은 허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것으로 판정된다면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노래 개사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로 북한의 노래와 율동은 걸그룹 격인 모란봉악단이 2012년 결성돼 비교적 현대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등 형식에서 진화한 면이 있다.

그러나 CNN방송은 가사 내용이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는 데다가 노래도 여전히 북한 지도부와 군사적 성취를 찬양하는 데 주력하는 등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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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현대적 악단인 모란봉 악단의 평양공연[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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