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직 ‘퍼스트레이디’신분의 미셸 오바마가 선거인단 등록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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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킬러가 필요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인물은 전직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다. 미셸은 ‘퍼펙트 러닝메이트’(폴리티코), ‘NBA로 치면 스테판 커리급’(CNN)으로 호명되는 등 화제를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이 출마를 강권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미셸이 가진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라는 ‘실리’와 당선될 경우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라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는 ‘필승 카드’로 여길 법하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3월 15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TV토론에서 “부통령에 여성을 지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이긴 하지만 ‘말빚’을 진 터여서 언론이 더욱더 ‘여성 부통령 후보’를 거론하는 듯하다.
또 다른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다. 워런은 선출직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희박한 미셸과는 또 달라 보인다. 그는 경선 하차를 선언한 지 한 달이 넘은 지난 4월 15일에야 바이든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3월 초 ‘슈퍼 화요일’ 직후 사퇴한 워런은 샌더스에 대한 공식 지지 여부로 관심을 모았지만, 한동안 침묵하고 있다가 샌더스가 하차를 선언한 뒤에야 비로소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워런의 부통령 후보 가능성에 대해 “신속한 경선 하차 선언과 진보적 색채가 비슷한 샌더스 지지를 공식 표명하지 않은 덕분에 민주당 지도부의 신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워런처럼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에이미 클로버샤·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같은 여성 의원들의 이름도 부통령 후보군에 올라 있다.
부통령 후보로 급부상한 ‘직업군’도 있다. 바로 현직 주지사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앞줄에 있는 사람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다.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다. 미국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 뉴욕이다. 그런 곳에서도 쿠오모 주지사는 역설적으로 최고 인기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허풍이 넘치고 일반인도 당황할 정도의 틀린 정보까지 매일 전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과 극명히 대비되는 쿠오모 지사의 정확한 정보 전달과 침착한 자세 때문이다.
주지사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정·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쿠오모 말고도 바이든 캠프에서 주목하고 있는 주지사가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다. 그는 대선 승부처로 여겨지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주지사라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이 특히 플러스 요인이다. 그는 연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트위터로 맞짱을 벌인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단숨에 부통령 주자 반열에 올랐다.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지역)’ 전통이 확고한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도 트럼프와 숙적 구도를 형성하면서 전국구급으로 몸집을 키웠다. 다만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확보 싸움이 거의 전부인 대선에서 캘리포니아 출신은 약점이 된다.
지난 4월19일(현지시간)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장면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백악관에서 TV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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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재냐, 대체재냐
문제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대한 미국인의 높은 관심이 ‘대통령 후보’ 바이든에게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통령 후보가 함께 나서는 러닝 메이트제의 미 대선 대진표에서 남아 있는 마지막 빈자리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자리 하나뿐이다. 관심이 쏠리는 게 일견 당연하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대선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바이든에게는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 민주당 내 경쟁자가 없다. 샌더스 의원까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마당에 현시점은 바이든에게는 ‘트럼프를 꺾을 사람’이란 이미지로 강력한 바람몰이를 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그는 선거 캠페인은커녕 집 안에서 트위터밖에 할 게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부통령 후보 하마평이 조기에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바이든이 정치인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역시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뛰었던 ‘부통령 출신’이다. 당시 그가 선택받은 것도 초선 상원의원으로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한 오바마의 보완재라는 이유가 컸다. 흑인에다 중앙정치 경력이 일천한 오바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만한, 안정감 있는 ‘워싱턴 인사이더’가 그였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무려 32년 전인 1988년에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올드보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1982년생인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을 비롯한 젊은 후보들은 “내가 여섯 살 때 당신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세대에게 횃불을 넘기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며 바이든의 ‘나이’를 공격한 바 있다. 바로 이 ‘나이 문제’가 예년 대선에 비해 부통령 후보에 관심이 높아진 숨은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시인 2017년 1월 기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고령인 만 70세 7개월에 백악관에 입성했다. 1942년 11월생인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네 살 많다. 그가 당선된다면 트럼프의 최고령 백악관 입성 기록은 79세 2개월의 바이든에게로 넘어간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은 바이든의 선거운동뿐 아니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70대 후반인 그의 건강에도 최대 위협이다. 미국은 대통령 유고(有故) 시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직책을 승계하는데, 역사적으로도 이런 일이 ‘만일의 사태’인 것만은 아니었다. 20세기로 한정해도 ‘승계 대통령’이 된 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캘빈 쿨리지·해리 트루먼·린든 존슨·제럴드 포드 등 5명에 이른다.
비상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바이든과 뚜렷이 대비되는 ‘젊은 부통령감’을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 오는 11월 3일에는 정·부통령 선거뿐 아니라 435명 하원의원 전체와 상원의원 3분의 1을 뽑는 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여기에는 이른바 ‘옷자락(코트테일) 효과’가 작용한다는 것이 정치학계의 정설이다. 긴 옷자락이 바닥을 쓸고 가듯,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다른 선거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설령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하원 다수당 지위까지 놓칠 수는 없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 사례처럼 대선에서 패배해도 최소한 득표율에서 공화당에 앞선다면 현재의 하원 다수당 지위는 유지 가능하다. 최대한 많은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참신한 부통령 후보에 대한 기대가 특히 민주당에서 큰 이유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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