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의 사퇴시점을 둘러싸고 파장이 커질 조짐이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시점은 지난달 7일인 반면, 사퇴를 발표한 시점은 총선 이후인 이달 23일이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전날(23일) 논평을 내고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성 관련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사퇴시점에도 의문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성추행 이후 오 시장의 행보는 파렴치를 넘어 끔찍하기까지 하다”며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을 덮기 위해 정치적인 술수가 있었는지를 명명백백히 봐야 한다”며 “총선 이후 사퇴가 개인의 결정인지, 그 윗선의 누군가와 모의를 한 건지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단순한 사퇴 표명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국정조사, 검찰 수사도 거론했다. 통합당 정오규 서구·동구 전 당협위원장은 “선거를 위해서 숨기고 있었는지, 청와대와 여권에서도 알고 있었는지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의 권력층이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묵인했는지, 본인이 스스로 한 것인지,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자 고소와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고 오 시장은 법정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018년 11월 14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시 용역업체 직원들과 회식자리 사진. 트위터 캡처 |
민생당도 오 전 시장의 사퇴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생당 정우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언뜻 보면 개인의 일탈로 치부될 수 있지만,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총선 이후 사퇴 기자회견을 한 것 자체가 어색하다. 오 시장 사퇴가 ‘꼬리 자르기’로 보이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전제로 철저히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오 시장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해 사퇴 결정을 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사퇴만으로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민주당도 이 사태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방안을 찾기 바란다. 권력과 지위를 활용한 성폭력은 가장 크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 전 시장 측과 사퇴시점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추행 사건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사퇴는) 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사퇴 시점이 총선 이후인 것에 당 차원의 개입이 전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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