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제보받은 경찰, 검거팀 투입… 金-李, 검거 과정서 강력 저항
1조6000억 피해 라임 사태… 정관계 로비 의혹 본격 수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9시경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측근으로부터 은신처인 빌라 위치를 제보받은 경찰은 20명 가까운 전문 검거팀을 투입해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한 명은 빌라 밖에서 체포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빌라 내부에서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검거 과정에서 경찰에 강하게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버스 회사인 수원여객의 회삿돈 517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1월 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한 지 107일 만에 신병이 확보됐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불출석한 뒤 5개월 넘게 잠적해 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도피한 이 전 부사장을 도왔다. 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사장의 도피에 필요한 은신처와 도피 자금, 차명 휴대전화 등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 전 부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 운전기사 A 씨가 현금 4억8000만 원이 든 가방을 이 전 부사장 수행비서로부터 전달받아 김 전 회장의 차량으로 옮겼다. 검찰은 이 돈이 김 전 회장의 내연녀 등을 거쳐 이 전 부사장에게 도피 자금으로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사장이 잠적하기 직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을 은신처로 마련해 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 A 씨는 검찰에서 “김 전 회장 지시에 따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을 월세 100만 원에 계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김 전 회장 지시로 (이 전 부사장을 돕는) 김모 씨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건넸고 이후 김 전 회장 지시에 따라 차명 휴대전화 4대를 한강에 버렸다”고도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피 중인 이 전 부사장의 스타모빌리티 주식 1만 주(30억 원어치)를 팔아 도피 자금으로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타모빌리티 직원은 “김 전 회장 지시로 이 전 부사장 비밀번호를 이용해 지난해 11월부터 이 전 부사장의 주식 1만 주를 대신 팔았고 3만8000여 주를 다른 회사에 양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김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며, 서울남부지검은 이 전 부사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신병을 모두 확보한 검찰 등은 금융당국 등에 대한 라임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검사 자료를 라임의 투자를 받은 기업에 유출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전직 청와대 파견 행정관 김모 씨(46)를 18일 구속 수감했다.
고도예 yea@donga.com·조건희 / 수원=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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