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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성추행’ 오거돈 사퇴]고위직 성범죄 ‘중대 사건’에…여 “제명” 꼬리자르기식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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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 회견’ 3시간 만에 징계 발표…파장 축소 급급

권력·지위 이용한 성범죄에 피해자 회유 등 진상조사 없어

윤호중 “사퇴 1시간 전 보고…직접 듣지 못해” 서둘러 징계

안희정 사건 등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 강구” 실효성 논란



경향신문

고개 숙인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2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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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3일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오거돈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오 시장을 제명하기로 했다. 오 시장 사퇴 회견 이후 3시간 만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범죄 사건인 데다, 피해자를 회유해 사퇴 시점을 4·15 총선 이후로 조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중대 사건이다. 그런 만큼 명확한 진상조사가 필요한데도 징계 방침부터 발표하자 사건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등 성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인지 교육 강화’ 등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성비위 행위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 원칙을 지켜왔다”며 오 시장 제명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와 제명 방침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됐다. 진상조사 여부와 관련해 윤 사무총장은 “(오 시장 입장을) 저희가 직접 듣지는 못했다”며 24일 당 윤리심판원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사퇴 회견도 약 한 시간 전에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징계 조치부터 발표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 이전 오 시장의 다른 성비위 행위 의혹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에도 명확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사무총장은 “그 사건을 주목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피해자의 신고라든지 고발이 있었으면 바로 조사에 착수했을 텐데 그런 것이 없어서 담당자들이 지켜봐왔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범죄 사건이 갖는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 전 사태를 파악하고도 오 시장을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했다면 당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윤 사무총장은 성범죄 사건에 대한 단호한 입장과 재발방지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피해자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며 “아울러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내 선출직 공직자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교육 등 제도적 예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공직자 윤리는 제도 못지않게 당사자 의지, 시대정신에 대한 감수성 등을 요구한다. 윤 사무총장도 “선출직 공직자들이 성평등 감수성이랄까 성인지 감수성 등에서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는 거 같다”고 인정했다.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정당 사상 최초로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했다. ‘선출직 공직자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교육 강화’ 등이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범죄 사건 때부터 나왔던 대책이다. 안 전 지사 사건 이후 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와 성범죄 신고센터 설치,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성인지 교육 강화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터지자마자 같은 내용만 반복한 것이다.

당내에서조차 공직 윤리의식, 교육 체계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교육이나 강화하면 된다는 의식으로는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진상조사 등과 관련해서도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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